제89화 헛소리 집어치워!

강이영은 눈꼬리가 휘어지도록 밝게 웃었다. “이 집 하인들은 다들 다리에 문제라도 있나 봐요. 한 마디 좀 전하는 데 왜 그렇게 오래 걸린대요? 기다리다 지쳐서 그냥 들어왔어요.” 강진철은 발로 차여 망가진 철문을 힐끔 보더니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들어오자마자 집안 기물부터 파손하는 거야? 넌 내가 네 아버지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긴 해?” 강이영은 대꾸하듯 강진철을 흘겨보며 말했다. “모르겠는데요!” 강진철은 가슴이 턱 막히는 기분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눌러뒀던 감정을 막 터뜨리려던 그때, 곁에 서 있던 백이진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겉보기에는 연약해 보였지만 그 보디가드의 눈빛만큼은 칼날처럼 날카로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금이 저리게 했다. 강진철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몸을 돌렸다. “들어와.” 강이영은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빙빙 돌지 않고 그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우리 엄마 물건은요?” 강진철은 그저 차갑게 비웃으며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사진 몇 장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에는 몇 점의 보석들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다이아몬드 귀걸이 한 쌍과 진주 목걸이, 그리고 에메랄드 팔찌... 강이영은 어제 송혜자가 보여줬던 사진을 떠올려 보았다. 그 사진 속에서 엄마의 손목에 끼워져 있던 팔찌가 바로 이 에메랄드 팔찌였다. “사진만 보여줘서 뭐 할 건데요?” 강이영은 강진철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물건은 어디 있어요?” 강진철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천천히 연기를 내뿜었다. “요즘 회사 자금 사정이 조금 빠듯해서 말이지...” 그는 일부러 느릿하게 말끝을 늘였다. “이런 낡은 물건들은 경매장에 내다 팔기 딱 좋거든.” “감히!” 강이영은 손바닥으로 탁자 위를 힘껏 내리쳤다. 그 충격에 작은 찻잔들이 달그락거리며 흔들렸다. “이건 우리 엄마 물건이에요. 당신이 대체 무슨 자격으로...” “내가 왜 자격이 없어?” 강진철은 연기를 내뿜으며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 “법적으로 따지면 내 부부 공동 재산인데.” “갖고 싶어? 가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