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3화
심화영은 송로에게 마차를 세우라고 한 뒤 의심 어린 눈빛으로 손용득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언니를 찾아온 이유가 이 꽃다발을 주기 위해서란 말입니까?”
손용득은 매일 저택으로 찾아와 꽃이나 음식, 서화 등등을 선물했다. 비록 귀한 것들은 아니지만 다 더하면 꽤 값이 나갈 것이다.
손 상서가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없었다.
지난 생에 다른 사람의 함정에 당한 적이 있는 탓에 심화영은 손용득에게 다른 속셈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
손용득은 심화영의 눈을 바라보며 바보처럼 웃어 보이더니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비록 꽃은 금은보화처럼 귀하지는 않지만 무척이나 아름다워 여진 낭자에게 아주 잘 어울립니다. 그러니 부디 이 꽃다발을 선물할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눈빛은 간절했고 말투는 애절했다.
심화영은 그를 말없이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결국 참지 못한 손용득이 말했다.
“화영 낭자가 제 아버지의 일로 저를 싫어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영 낭자, 아버지는 아버지고 저는 저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미워하되 저는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너무 억울할 것 같군요.”
심화영은 웃음을 터뜨렸다.
“저는 얼마 전 손 도령의 아버지에게 큰 망신을 주었고 오늘은 손 도령의 누이에게 망신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손 도령은 두 사람을 대신하여 복수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입니까?”
“...”
손용득은 말문이 턱 막혔다.
그는 심화영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저도 사실 놀랐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화영 낭자와 저희 아버지, 저희 누이 사이의 일이 아닙니까...”
그는 이내 말머리를 돌렸다.
“아니, 화영 낭자는 어찌하여 저희 아버지와 똑같은 것입니까? 저희 아버지는 여진 낭자를 찾아가지 말라고 하고, 화영 낭자도 제가 여진 낭자를 만나지 못하게 막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싸우지 왜 저희까지 끌어들이려고 한단 말입니까? 그리고 말입니다. 제게 자신의 출신을 선택할 기회가 있었다면 저는 절대 영주에서 태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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