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9화
“후작 댁은 역시 다르군요. 명양왕 전하와 혼약을 맺었다고 이토록 제멋대로 굴 수 있다니... 평범한 여인이었더라면 벌써 시집도 못 가겠다며 전전긍긍했을 것입니다.”
손 상서는 순간 멈칫하였으나 곧 말을 돌리며 본래 의도에서 벗어난 듯 꾸며댔다.
하지만 그 말끝에는 분명히 전강훈의 권위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듯한 기색이 숨겨져 있었다.
“화영 낭자는 명양왕 전하의 깊은 사랑과 애정 덕분에 그리도 거침없이 사시지요. 세상 사람들이 뭐라 하든, 전하를 어찌 말하든... 전혀 개의치 않으시니.”
그러고는 슬쩍 장공주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나서 심화영의 마음을 돌려 오늘 당장 손씨 가문 집사와 유씨 부인, 송연정을 이 자리에서 심문하려는 뜻을 꺾어주길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장공주는 그를 흘겨보더니 차가운 웃음을 띠며 말했다.
“명성이 무슨 소용이 있소? 세상 사람들 전부가... 연극배우 아닌가. 삼황자라 하면, 그 지극히 어질다던 자가 아니오? 한데 오늘은 어찌... 저리도 개처럼 바닥에 엎드려 있는지.”
“손 상서, 자네의 그 번지르르한 껍질 아래... 도대체 무엇이 들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
그 순간 손 상서의 얼굴빛이 확 바뀌었다.
‘저 사람이 미쳤나?!’
심화영 또한 뜻밖이라는 듯 고개를 돌려 보았다.
장공주는 살짝 눈을 내리깔며 어지럽지도 않은 옷자락을 가만히 정리하고 있었다.
그 눈빛과 목소리에는 씁쓸함과 비웃음, 그리고 지독한 슬픔이 서려 있었다.
“나도 금사로 짠 비단옷을 입고는 있으나 이것 또한 한낱 허울일 뿐, 남의 말 따위 누가 신경이나 쓰겠소?”
그녀의 말에 묘한 정적이 연춘루 안을 덮었다.
온통 고요하고 애잔한 기운에 휩싸여 있었다.
심화영은 문득 그해 큰 눈 속에서 비틀거리며 창망산을 오르던 공주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도화사로 뛰어들었고 그곳에서 자신이 마음에 품던 이를 싸늘한 시신으로 마주했었다.
그때 이 세상에 품었던 분노와 절망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장공주를 꿰뚫고 있는 듯하였다.
심화영은 고개를 돌려 전강훈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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