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5화
심화영이 그와 혼인하면 손채윤과의 혼약을 파기하겠다던 말, 그 자리에 있던 이는 고윤희, 심여진, 심화영, 고 어르신, 계집종 백세민, 난옥, 그리고 반하뿐이었다.
그중 도중에 자리를 뜬 이는 오직 백세민 한 사람.
‘분명 그 아이의 짓이다! 심화영이 시켜서 한 짓이 분명해.’
원태영의 심장이 순간 쿵 내려앉았다. 그는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았고 낯빛은 잿빛처럼 어두워졌다.
또다시 심화영에게 한 수 당한 것이다!
그때, 뒤편 화원 길로 심화영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흰 눈처럼 맑은 자양화 꽃잎이 그녀의 얼굴빛을 받쳐 주었고 그 자태는 꽃보다 고왔으나 그 고움이 평범한 규방 규수와는 달랐다. 손짓, 발짓 하나하나에 흔들림 없는 여유와 제멋대로의 기개가 묻어났다.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얼굴에는 마치 빛이 덮인 듯 환함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눈길을 원태영에게로 돌릴 때는 어딘가 서늘한 조소가 깃들어 있었다. 마치 그를 완전히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가지고 노는 듯한 기색이었다.
그 순간, 원태영은 자신이 이미 그녀를 꿰뚫어 보았다고 믿었던 생각을 거두었다. 그녀는 구름이자 달빛이며, 눈이자 안개와도 같아, 순간순간 다른 빛깔로 변하여 결코 붙잡을 수 없었고 도리어 자신이 그 속에 빠져 길을 잃는 듯하였다.
그 모습을 본 손채윤은 그가 넋을 놓고 심화영을 바라보는 것을 알아차리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그를 힘껏 밀쳐내고 달아났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손채윤이 인파를 뚫고 멀리 달려나간 뒤였다.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어서 뒤쫓아라!”
원태영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호위무사 한송호를 꾸짖었다.
한송호는 재빨리 뒤쫓아 나갔다.
원태영은 다시 고개를 돌려 복잡한 눈빛으로 심화영을 바라보며 어떻게든 이 난국에서 벗어날 방도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심화영이 먼저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말을 건넸다.
“이제야 제 사촌 언니가 기뻐하겠군요. 손채윤이 사라졌으니 이제는 정실부인이 될 수 있잖습니까. 전하께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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