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0화
정비의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돌려 무릎 꿇고 있는 최 내관을 힐끔 보았다.
최 내관은 황제의 곁을 십 년 가까이 모신 사람으로 예전에 황제를 위해 칼을 대신 맞은 적도 있는 충신이다. 조덕배처럼 공로가 높진 않으나 황제가 그를 믿는 마음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았다.
이제 최 내관이 직접 나서 자신을 가리키니, 더는 변명할 길이 없었다. 결국 정비는 눈을 껌벅이며 애써 목소리를 가라앉혔다.
“폐하, 신첩은 정말 알지 못하옵니다. 어찌 감히 궁 안에 그런 물건을 숨기겠사옵니까. 신첩이 꽃을 사랑한다 하나, 제가 설마 그런 사람이겠사옵니까. 하물며 화분 속 흙까지 어떻게 알겠사옵니까!”
지금으로선 그저 그 화노를 희생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이 생각에 이른 정비의 눈동자가 잠시 차갑게 빛났다가 그녀는 곧 얼굴을 감싸면서 울음을 터뜨리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폐하, 부디 밝게 살펴 주십시오!”
손홍철이 그제야 사태를 깨닫고는 황급히 앞으로 기어 나와 무릎을 꿇었다.
“폐하, 정비 마마의 말씀이 옳사옵니다. 봉의궁에는 꽃만 돌보는 사람이 따로 있사온데 마마께서 직접 손수 가꾸실 이유가 어디 있겠사옵니까. 이 화분에서 무슨 물건이 나왔다 하오나, 그것이 무엇이든 누군가 일부러 심어둔 것일지도 모르옵니다. 이는 분명 누군가의 모함일 것입니다!”
심화영은 그들의 통곡 섞인 호소가 한참 이어지자 입가에 미묘한 미소를 띠었다.
“손 상서와 정비 마마께서 그리도 놀라실 일입니까?”
뜻밖의 말에 모두가 순간 얼어붙었다.
손홍철은 특히 심화영에게 수없이 당한 전력이 있어 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가슴부터 철렁 내려앉았다.
그의 시선이 번개처럼 심화영을 찔렀으나 심 화영은 태연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선, 저의 큰 오라버니께서 말하기를 그저 수상하여 그 병을 가져온 것뿐이라 하셨습니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오라버니도 모르셨다지요.”
“게다가 이 병의 모양을 보아 어쩌면 고작 분가루나 연지 따위가 들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는데 정비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