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6화
침을 놓는 데는 반 시진밖에 걸리지 않았고 어느새 정오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황후는 침을 맞고 깊이 잠들었으니 당연히 식사도 들 수 없었고 따로 고윤희와 심화영을 위해 음식을 차려 줄 리도 없었다. 두 사람은 배가 꼬르륵 울기 시작하자 나머지 일을 민현욱에게 맡기고 조심스레 떠나려 했다.
떠나기 전, 심화영이 민현욱에게 몸을 낮춰 예를 갖추었다.
“오늘 큰 신세를 졌습니다.”
민현욱은 웃으며 손을 저었다.
“영리하기도 하지. 그래, 다음에 내가 궁을 나가거든 네가 한턱 내어라.”
심화영은 눈이 휘어질 만큼 환히 웃으며 대답했다.
“꼭 그러겠습니다. 제가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래, 어서 가 보거라.”
민현욱은 더 붙잡지 않고 미소로 두 사람을 배웅했다.
꽤 멀리 걸어 나왔을 때 그제야 고윤희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속삭였다.
“화영아, 오늘은 정말 가슴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도대체 네가 어찌 알고 정비 마마가 네 둘째 오라버니를 해치려 했단 걸 알아챈 거냐? 게다가 폐하와 황후 마마에게 독을 쓴 것까지 알고 있었다니...”
그녀는 참아온 궁금증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심화영이 막 대답하려던 찰나, 마주 오는 궁녀 하나가 눈에 들어오자 입을 가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길 가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문 귀비마마 곁의 계집종이 옵니다. 아마 큰언니 일로 전하러 오는 듯하니 어머니께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큰언니가 병이 위중해 천연두까지 앓아 시골로 보내진 것이라 우기셔야 합니다. 한 치의 틈도 보이지 마십시오.”
고윤희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나는 문 귀비가 쉽게 물러설 여인이 아니라 그게 걱정이다. 혹 폐하께 혼인을 서둘러 내리라 부추기면 골치가 아프다.”
심화영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이때 그 궁녀가 다가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소녀, 부인과 화영 아가씨께 문 귀비마마의 전갈을 전해 드립니다. 금수궁에 연회를 베풀었으니 두 분께서 들러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고윤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심화영의 손을 꼭 잡았다.
마음이 조금 긴장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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