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0화
순간 목구멍 끝까지 말이 치밀어 올랐으나 결국 뱉어내지 못했다. 그 늙은 내관의 얼굴이 어쩐지 끔찍했기 때문이다.
머리칼이 거의 다 빠져 성글게 몇 올만 바람에 흩날렸고 얼굴은 희고 음습하며 턱에 수염 한 올 없는 게 왠지 사내보다는 여인 같았다.
그는 정비의 곁에 붙어 다니던 사 내관이었다.
심화영의 뇌리에 전생의 기억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번 생에서는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나 지난 생에는 몇 차례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는 평소 궁중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정비의 수하라 하여도 존재감이 희미했으나 단 한 번 그를 맞닥뜨렸을 때 심화영은 이 늙은 내관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던 것이다.
사 내관은 무공이 절륜했을 뿐 아니라 남모르는 비밀까지 숨기고 있으니, 정비가 궁중에 감춘 가장 큰 비밀 병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 생에서는 삼황자가 왕위를 다투던 마지막 순간에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었는데 이번 생엔 이렇게 일찍 나서다니, 분명 정비 일파가 다급해진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굳이 앞장서서 판을 벌여주겠다고 하니, 이 기회를 빌려 도리어 일을 꾸며도 좋을 것이다. 괜히 그들의 ‘호의’를 헛되이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심화영은 속으로 냉소를 흘리며 정신을 다잡고 고윤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토닥이며 달래듯 말했다.
“어머니, 난옥이를 데리고 먼저 나가 계십시오. 저는 이 내관을 따라 다녀오겠습니다.”
딸이 걱정된 고윤희는 눈치를 봤다.
“그럼 어미가 너와 함께 가마.”
그러나 심화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사 내관이 먼저 나섰다.
“부인, 이비 마마께서는 화영 아가씨만 부르셨습니다. 부인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말투는 겉보기엔 공손했으나 실은 콧대 높은 냉정한 기운이 묻어나 있었다. 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푹 숙여 도무지 더는 상의할 마음조차 없다는 태도를 내비쳤다.
고윤희는 불쾌해 미간을 찌푸렸으나 달리 어쩔 도리가 없었다.
궁중의 사람은 어디까지나 ‘주인’이요, 자신들은 아무리 심씨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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