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0화
“잡았느냐?”
검붉은 비단옷을 걸친 사내가 절벽 끝에 서서 등을 돌린 채 낮게 물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으나 이를 갈며 토해내는 음성에는 피비린내 가득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
“정녕 뜻밖이로다. 내가 수십 년 도모해 온 큰 계책이 끝내 어린 계집아이의 손아귀에서 무너질 줄이야.”
남자는 손을 내저으며 명령했다.
“가서 명양왕께 전하라. 단 한 시진만 주겠다.”
“그 시간 안에 오지 않는다면 그 작은 계집의 시체나 거두게 하라!”
“예!”
장대한 사내가 고개를 숙여 명을 받고 바람처럼 자취를 감추었다.
...
명양왕부.
전강훈은 서재에서 바퀴 달린 의자를 밀고 나왔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의 눈빛에 알 수 없는 불안이 어려 있었다.
그러자 강구가 앞으로 다가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룁니다, 전하. 모든 준비는 이미 갖추어 뒀으니 아씨께서 아직 도착하지 않으셨습니다. 더 기다려야 합니까?”
남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짧게 답했다.
“조금 더 기다리자.”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심화영은 오지 않았고 대신 백세민이 급히 들어섰다.
“전하, 아씨께서 아직 안 오셨습니까?”
그 말에 전강훈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네가 곁에서 지킨다 하지 않았느냐? 화영이는 어찌 되었느냐?”
백세민은 죄책감에 표정이 잔뜩 굳어버렸다.
“외출하실 때, 아씨께서 스승을 찾아 약을 구한다 하시며 소인에게는 송연정을 뒤쫓으라 분부하셨습니다. 그러시고는 왕부에서 만나고 했기에 저는 그리 알았습니다.”
전강훈의 안색은 삽시간에 잿빛처럼 어두워졌다.
“내가 네게 거듭 무슨 말을 일렀는지 잊었느냐!”
백세민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벌벌 떨며 말했다.
“스스로 벌을 받겠습니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전강훈이 소리를 질렀다.
“서둘러 청유 거리에 가 보거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전강훈은 바퀴 의자를 몰아 대문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저는 당장 경공으로 달려가겠습니다! 전하께서는 이곳에서 소식을 기다리십시오!”
백세민은 그렇게 말하고 순식간에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남자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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