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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삼황자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심화영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원시경을 흘겨보더니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만약 대황자 전하 같은 황실의 적통이라면 저 역시 감히 거역하지 못하겠지만 삼황자 전하는...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 말에 삼황자는 발걸음을 멈추고 더는 감히 나아가지 못했다. 그는 혹여 자신이 ‘가짜’라는 비밀이 원시경에게 들킬까 봐 두려워 몸이 굳어버린 채 나무토막처럼 서 있었고 이제는 그저 심화영에게 놀아나는 꼴이 되었다. 심화영은 주위를 한 번 훑어보고 일갈했다. “오늘 이 일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면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발걸음 뗄 수 없습니다!” “...” 사람들은 침묵했다. “그래서 어찌하려는 것이오?” 손홍철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심화영은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손 상서, 왜 일부러 모르는 체하십니까? 저희가 이미 의논하지 않았습니까?” 그러고는 곧장 고개를 돌려 노덕환을 바라보았다. “노 장로님, 전에 뭐라고 하셨지요?” 노덕환은 사태가 이렇게까지 번질 줄은 꿈에도 몰라 한참이나 멍해 있다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더듬거리며 말했다. “만약 석양각 아래에서 온성해와 소재인, 송연정 세 사람의 시신이 나오지 않는다면 손 상서와 삼황자 전하는 충신을 모함한 죄를 짓게 되는 것이오. 그것에 대한 처분은...” 그 역시 어찌해야 할지 몰라 말을 끝맺지 못했다. 심화영은 시선을 돌려 손홍철과 삼황자를 번갈아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들으셨지요? 두 분이 충신을 모함한 것이니 내일 아침 금란전에서 따져 물을 것입니다!” 심철호도 정신을 차리자 곧장 목소리를 높였다. “옳습니다! 내일 아침 금란전에서 제가 반드시 묻고 말 것입니다! 우리 심씨 가문이 북제를 위해 피와 땀을 바쳤건만 어찌하여 이런 소인배의 모략에 걸려 반역의 누명을 써야 한단 말입니까!” “알겠습니다. 그러면 내일 금란전에서 뵙도록 하지요!” 손홍철은 더 지체해 봐야 소용없음을 깨닫고 이미 계책이 틀어졌음을 인정하며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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