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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신도현은 편지를 손에 든 채 잠시 멍해졌다. 강지유의 글씨가 눈에 닿는 순간, 마음 한쪽이 서늘하게 흔들렸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정말 조하린을 좋아했었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조하린과 함께한 시간은 어느새 3년이 채워져 있었고, 그중 2년은 부부로 지냈다. 둘은 한 번도 크게 다툰 적이 없었고 기념일이나 선물 같은 것도 단 한 번도 소홀히 한 적이 없었다. 생활에서도, 침대에서도 자연스럽게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서로의 성격과 취향도 부부라면 알 수밖에 없는 만큼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조하린이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은 유난히 여리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잠들 때는 꼭 불을 켜둬야 안심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해산물을 좋아하지만 새우만큼은 잘 먹지 않는다는 점도 익히 알고 있었다. 조하린이 무심코 보이는 작은 반응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았지만, 가끔은 귀찮다는 이유로 모르는 척 넘어가기도 했다. 그런데도 조하린은 그런 그를 한 번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히 그의 어깨를 주물러 주거나 목욕물을 미리 받아두곤 했다. 그런 날들이 이어지니, 신도현은 시간이 유난히 빠르게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그는 지금도 자신이 조하린에게 청혼했던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은 흐리고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음산한 날씨였다. 그래서 이 날 청혼하는 게 맞는지 잠시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하린이 준비해둔 장소를 먼저 발견하고 놀라서 환하게 웃어 보였을 때, 그녀의 눈빛이 햇빛을 머금은 듯 반짝였고 결국 마음을 굳혔다. 단순하게 꾸며둔 자리였는데도 그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뻐했다. 그는 그날 그녀에게 원피스나 메이크업을 준비해오라고 말조차 하지 못했다. 조하린은 나중에 준비도 못 했다며 투덜거리긴 했지만, 결국엔 그의 품에 안겨 환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그의 귀에 살짝 입을 대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결혼하겠다고 속삭였다. 그 순간 그는 그녀를 안은 채 제자리에서 세 바퀴를 빙글 돌았던 기억을 아직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둘은 바다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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