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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세 시간 후, 조하린은 아랫배를 감싸 쥔 채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를 쉰 뒤, 그녀는 거울에 비친 창백한 얼굴을 보며 떨리는 손으로 립스틱을 들었다. 간단히 화장을 하자 안색은 평소와 같아졌지만 통증 때문에 온몸에서는 식은땀이 계속 배어 나왔다. 그녀는 담요를 두르고 소파에 누워 집사를 불렀다. “진열장에 있는 보석이랑 가방 전부 정리해서 경매에 넘기세요. 수익금은 전액 빈곤 지역에 기부하고요.” 마침 문을 열고 들어오던 신도현은 그 말을 듣고 순간 얼어붙었다. “하린아, 갑자기 그건 왜 다 팔려는 거야?” 조하린은 시선을 내리깔며 그의 눈을 피했다. “이제 싫증 나서요. 우리 아기한테 복을 쌓아주는 셈 치죠.” 다행히 신도현은 의심 없이 다가와 그녀를 안으며 나지막이 달랬다. “좋은 생각이야. 며칠 뒤에 나랑 경매장에 가자. 당신이 마음에 드는 것으로 직접 골라서 비어 있는 진열장 다시 예쁘게 채우자.” 어린아이를 어르는 듯한 말투에 조하린은 대답 대신 다른 질문을 던졌다. “일은 다 마치셨어요?” “응, 다 끝났어. 당신 요즘 고생 많았잖아. 다음 일주일은 온전히 당신과 우리 아기 곁에만 있을게.”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배를 쓰다듬으려 손을 뻗자 조하린이 반사적으로 그의 손을 막아섰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전보다 홀쭉해진 듯한 그녀의 배를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 무언가 물으려던 순간, 조하린의 휴대폰이 울렸다. ‘외삼촌'이라는 발신자를 확인한 그녀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하린아, 네 이모가 어제 귀국했단다. 오랜만에 본가에서 다 같이 저녁이나 함께할까 하는데, 너도 올래?” “몸이 좀 안 좋아서 저는...”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도현이 휴대폰을 가로챘다. “제가 하린이 데리고 제시간에 가겠습니다.” 그가 조급하게 약속을 잡는 모습에 조하린은 가슴이 턱 막혔다. 그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끝내 받지 않던 부재중 전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랬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어떤 기회도 놓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 상실감에 빠진 아내의 마음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자신의 본능이 이끄는 대로 사랑을 향해 망설임 없이 달려갈 뿐이었다. 전화를 끊은 신도현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서야 자신이 방금 실언했음을 깨달았다. 그는 그녀의 차가운 손을 잡으며 변명했다. “하린아, 당신 기분 안 좋은 거 알아. 하지만 지금은 임신 중이니 너무 고통 속에만 빠져 있으면 안 돼. 같이 본가에 가서 가족들도 뵙고 바람도 쐬고 오자.” 조하린은 입꼬리만 살짝 올렸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7시, 부부는 정시에 본가에 도착했다. 문에 들어서기 전, 신도현은 선물 하나를 조하린의 손에 쥐여주었다. “외삼촌 말 들어보니까 이모님이랑 몇 년 동안 못 봤다며. 예의는 차려야지.” 예전 같았으면 그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했겠지만 지금의 그녀는 그가 자신의 손을 빌려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건네려는 것뿐임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속내를 들추지 않고 시끌벅적한 거실로 들어섰다. 인기척을 들은 강지유가 대화하던 사람에게서 고개를 돌려 조하린과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신도현을 발견했다. 그녀는 순간 멈칫하더니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하린아, 이분은?” 조하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신도현 역시 입을 열지 않았고 옆에 있던 친척이 나서서 살갑게 소개했다. “지유야, 네가 외국에 3년이나 있었으니 모를 만도 하지. 하린이 남편, 신도현이야. 신우 그룹의 대표이고...” 강지유의 몸이 살짝 휘청이며 눈동자에 스친 충격을 감추지 못했지만 큰물을 겪어본 사람답게 금세 평정을 되찾고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난 사이처럼 형식적인 인사를 나눴다. 오직 조하린만이 그들 사이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미묘한 기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강지유의 손에 선물을 건네며 단 한마디만 했다. “이모, 돌아오신 걸 환영해요.” “아니야, 한 달만 있다가 파리로 돌아갈 거야.” 신도현의 안색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강지유는 못 본 척하며 웃는 얼굴로 선물을 풀었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보석 목걸이를 본 그녀의 눈에 감탄이 어렸다. “하린아, 안목이 정말 좋네. 이 목걸이 한참 전부터 눈여겨봤었는데.” 조하린은 두 사람의 표정을 남김없이 눈에 담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아저씨가 골랐어요. 이 사람 안목이 워낙 좋거든요.” 식사 내내 신도현은 거의 먹지 않고 술을 마시거나 조하린의 그릇에 음식을 놔주기 바빴다. 그 모습을 본 친척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농담을 던졌다. “우리 하린이는 복도 많지. 이렇게 좋은 남편 만나서! 저것 좀 봐, 얼마나 꿀이 뚝뚝 떨어지는지!” 조하린은 입술을 비틀며 그릇에 담긴 소고기와 양고기를 바라볼 뿐 젓가락을 들지 않았다. 임신 후 입덧이 심해져 고기 종류는 아예 입에 대지도 못했던 그녀였다. 신도현도 그 사실을 알고 한 달 동안 그녀를 따라 채식을 했었다. 하지만 오늘, 그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은 듯했다. 그는 식탁 위의 생선과 새우를 모두 강지유 앞으로 옮겨주기 위해 그릇을 바꾸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모는 어릴 때부터 해산물을 가장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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