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6화

병원에서 열흘을 보내자 조하린의 상처는 딱지가 앉았다. 그동안 신도현은 매일 병실을 지키며 차를 따르고 물을 가져다주고 약을 갈아주는 등 지극정성으로 그녀를 돌봤다. 다만 그녀는 점차 회복되었지만, 그는 도리어 병이 나 며칠 동안 고열에 시달렸다. 집에 환자가 둘이나 생기자 강지유가 돕기 위해 찾아왔다. 그녀는 차로 두 사람을 집에 데려다주고는 주방에서 약을 달이는 것을 지켜보는 동시에 조하린의 약을 갈아주는 등 쉴 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푹 쉬어. 조금 있으면 안태약 가져다줄 테니 잊지 말고 마시고.” 조하린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약이 올라오자 그녀는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전부 변기에 쏟아부었다. 며칠 치료받고 겨우 땅에 발을 디딜 수 있게 된 그녀는 빈 그릇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김에 밖에 나가 햇볕을 쬐려 했다. 서재를 지나갈 때, 안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살짝 열려있어 조하린은 힐끗 안을 엿보았고 그곳에 있는 강지유를 발견했다. 그녀는 멍하니 벽에 걸린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었고 늘어뜨린 손은 쉬지 않고 떨렸으며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한참 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걸려있던 사진과 캐비닛에 있던 물건들을 모두 상자에 던져 넣었다. 그녀가 나오려는 것을 보고 조하린은 서둘러 복도 끝 발코니로 몸을 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지유의 모습이 문 앞 쓰레기통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선물을 전부 버리고 사진과 연애편지, 그리고 그 일기장은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모든 것을 마친 그녀는 전화를 걸어 신도현을 아래로 불렀다. 두 사람은 쓰레기통 속 물건들을 두고 크게 다투었고 거리가 너무 멀어 조하린은 마지막 몇 마디만 겨우 들을 수 있었다. “이런 건 서재에 있으면 안 돼. 만약 어느 날 하린이가 들어가서 보게 되면 어쩌려고 그래?” “하린에겐 서재 열쇠도 없고 내 허락 없이 멋대로 들어가지도 않아.” “그렇게 확신해? 만약 들어갔으면? 널 그렇게나 좋아하는 애가 이걸 보면 얼마나 상처받을지 생각해 본 적은 있어?” “상처받으면 또 어쩔건데?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너 하나만 사랑했다는 사실이 변하기라도 해? 지유야, 다른 사람 신경 쓰지 말고 지금 딱 하나만 물을게. 네 마음속에, 아직 내가 남아있어? 있다고 한마디만 하면, 나 당장 그 여자랑 이혼할게!” 그 말을 들은 강지유의 안색이 하얗게 질리더니 황급히 택시를 잡아타고 떠나버렸다. 허무하게 끝난 두 사람의 다툼을 보며 조하린은 조용히 손을 들어 가슴을 눌렀다. 심장이 터져 나올 듯이 빠르게 뛰었고 찌릿한 마비감은 있었지만 예전처럼 아프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그녀의 마음에 난 상처도 점차 아물어 가는 모양이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아래층에서 신도현은 쓰레기통에서 강지유가 버린 물건들을 다시 주워 서재로 돌아갔다. 그리고 문을 잠근 채 사흘 밤낮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조하린은 그가 찢어진 조각들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를 방해하지 않고 제때 식사만 넣어주게 했다. 다리가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조하린은 친구들과 만나 몇 번의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식사를 마친 뒤 계산을 하러 가던 그녀는 가장 큰 룸을 지나치다 익숙한 이름을 들었다. “도현아, 너 평소에 워낙 바빠서 동창회에 못 올 줄 알고 초대도 안 했었거든. 이해해라.” “무슨 소리야, 지유가 왔는데 도현이가 빠지겠어? 서울대 공식 커플이었던 거 까먹었어?” “에이, 그걸 어떻게 잊어! 신도현이 장미 수만 송이로 운동장에서 고백했을 때 내가 거기 있었는데! 강지유 주려고 만들었던 노래들, 아직도 가사가 생각나...” 조하린은 조용히 엿들었다. 문득 정장을 입은 신도현이 기타를 치며 고백하는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깊은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에야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달았다. 방 안의 사람들이 묘사하는 것은 스무 살의 신도현이었고 그가 사랑한 사람은 강지유였다. 그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그러니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이 당연했다.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