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화
“...”
송해인이 고개를 돌리자 십 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한은찬과 임지영이 나란히 걸어오고 있었다.
송해인은 눈을 가늘게 떴다.
솔직히 말해서 한은찬은 몸 비율이 꽤 좋았다. 넓은 어깨에 잘록한 허리와 다리도 길고 184cm의 키는 완벽한 체형이었다. 지금은 양복 차림으로 말끔하게 걸어오는데 그야말로 그럴싸한 남자였다.
임지영은 가늘고 키가 컸고 그의 옆에 서 있으니 한껏 연약하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녀의 치맛자락이 그의 바지에 닿으며 은근하게 흔들렸다.
누가 봐도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송해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가까워질수록 송해인은 임지영의 눈가가 살짝 붉은 것을 알아챘다. 막 울었던 것 같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임지영은 의도적인지 아니면 본능적인지 모르겠지만 살짝 한은찬의 뒤로 몸을 숨겼다. 마치 송해인이 무서운 사람이라도 되는 양 행동했다.
한은찬은 당연히 그걸 눈치챘다.
그는 미묘하게 눈썹을 찌푸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 임지영 쪽으로 약간 몸을 옮겼다.
보호하는 듯한 행동이 너무도 뻔했다.
송해인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녀는 방금 이나연을 때린 손을 살짝 움켜쥐며 속으로 생각했다.
임지영이랑 한은찬이 나란히 서 있으면 각도만 잘 잡아서 한 대로 둘 다 후려치고 싶었다.
“지영아, 한 대표님, 드디어 오셨네요.”
이나연은 임지영을 보자마자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부은 얼굴을 감싸 쥐고는 울먹이며 달려왔다.
“송 부장님이 저희를 해고하겠다고 협박하셨어요. 제가 그 말에 두 마디 했다고 갑자기 손찌검을 하셨다니까요. 한 대표님, 제 얼굴 좀 보세요.”
이나연은 맞은 쪽 얼굴을 내보였다. 선명한 손자국이 다섯 개나 보였다.
한은찬의 눈매에 어두운 기운이 드리웠다.
그는 송해인을 똑바로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 표정은 너무도 낯설었다.
“해인아, 왜 이렇게 변한 거야?”
“...”
송해인은 그 얼굴을 말없이 바라봤다.
실망이 가득했고 그 속엔 감춰지지 않은 혐오까지 비쳤다.
갑자기 모든 게 피곤해졌고 허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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