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화
반대편에서는 한은찬의 기분이 눈에 띄게 좋지 않았다. 그는 긴 다리를 내디디며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고 임지영은 하이힐을 신고 서둘러 그를 따라붙었다.
그녀는 한은찬의 어두운 표정을 흘끗 바라봤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지하 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 두 사람 사이에는 말 한마디 없었다.
“은찬 씨.”
임지영이 손을 뻗어 한은찬의 팔을 살짝 잡았다.
한은찬의 걸음이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임지영이 다가왔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 그녀의 머릿결에서 은은한 향기가 났고 한은찬은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걱정 마요. 여긴 아무도 없고 CCTV도 없어요.”
임지영은 부드럽게 말하며 발끝을 들고 그의 넥타이를 가지런히 매주었다. 그녀는 살짝 떨리는 속눈썹을 들어 올리며 그를 똑바로 바라봤고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한 대표님이라고 부를게요. 내일부터는 회사에 안 나올 거예요.”
한은찬이 찌푸린 얼굴로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고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거야?”
임지영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눈가가 붉어졌다. 억울함을 애써 누르는 표정이었다.
“해인 언니가 저를 오해하신 이상 제가 남아 봤자 폐만 될 거예요.”
그녀가 눈물을 닦는 모습에 한은찬의 미간이 더 깊게 찌푸려졌다.
“넌 아무 잘못도 안 했어. 그리고 넌 나한테 폐가 아니야.”
그는 손수건을 꺼내 건네며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회사에 있는 한 아무도 널 건드리지 못해.”
“...”
임지영은 고개를 숙여 눈물을 닦았다. 그 눈빛의 깊은 곳엔 미묘하게 번뜩이는 냉기가 스쳤다.
연구개발부에서 송해인은 실험용 안경을 벗었다. 하루 종일 일에 매달린 탓에 어깨와 목이 뻐근하게 굳어 있었다.
점심에 하시윤이 구내식당에서 챙겨온 도시락을 두어 숟가락 뜨다가 문득 실험 단계 하나를 수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다시 실험실로 돌아왔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지금은 밥이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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