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송해인은 아직도 그때를 생생히 기억했다. 병실 침대 위에 힘없이 누워 있던 그녀의 곁에서 한은찬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말했었다. 마치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하는 것처럼.
“해인아, 내가 회사 대표 자리에서 쫓겨나도 상관없어. 더 이상 너를 이렇게 힘들게 할 수는 없어.”
그 순간 송해인은 눈물이 쏟아질 만큼 감동했다. 이 사람이라면 평생을 함께해도 되겠다고,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남자를 만났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그가 정말로 그녀의 몸을 조금이라도 걱정했다면 그때처럼 앉아 있기조차 힘든 상태에서 그녀가 퇴원하겠다고 말하는 걸 두고 볼 리가 없었다.
한은찬이 허락하지 않으면 송해인은 절대 병원에서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는 말이 아니라 행동을 봐야 안다. 그리고 한은찬은 어떻게 했던가. 송해인이 퇴원하겠다고 입 밖에 내는 순간, 그는 바로 퇴원 절차를 밟았다. 그리고 다음 날 그녀를 연구소로 다시 보냈다.
한은찬은 송해인은 너무 잘 알았다. 그가 미간을 한 번 찌푸리기만 해도 그녀는 온 세상을 다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한은찬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고 끝까지 송해인의 마음을 이용해 부려먹어 지금 이 자리에 앉았다.
그 자리에 얼어붙은 송해인은 피부에 닭살이 돋고 등줄기까지 싸늘해지는 것 같았다.
‘한은찬... 넌 정말 잔인한 사람이야.’
송해인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래. 내가 너무 서둘렀어. 네 말이 맞아. 천천히 해야지.”
그녀의 고분고분한 태도에 한은찬은 대놓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방에 들어가서 쉬어. 금방 올라갈게.”
“응.”
송해인은 지팡이를 짚고 돌아섰다.
계단을 오르기 직전에 한은찬을 등지고 있을 때 그녀 입가의 미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재빨리 위층으로 올라갔다.
한은찬은 분명 그녀가 아이들과 가까워지는 걸 원치 않았다. 그렇다면 송해인은 더더욱 지금 이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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