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0화
송해인은 함영민이 예의상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그에게 미소를 지은 뒤 밖으로 향했다.
막 대문을 나서려는 순간 앞쪽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송해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가운데 한 노인은 허리가 곧고 백발이었으며 전통적이고 정갈한 한복을 입고 있었다.
송해인의 눈가가 순간 뜨거워졌다.
“교수님...”
송해인은 조용히 추경진의 뒷모습을 보며 불렀다.
추경진은 오늘 점심 몇 명의 제자들과 오랜만에 만난 친구인 차태훈과 함께 식사를 했다. 목적은 정부의 S급 프로젝트인 그린 월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프로젝트의 최고 책임자로서 차태훈은 추경진을 설득해 그의 제자들과 함께 그린 월 프로젝트에 참여해 핵심 난관을 함께 돌파하고자 했다.
이야기는 나름 원만하게 진행되었고 대략적인 해결책도 마련되었지만 실제로 가능한지는 실험에 들어가야 알 수 있다.
추경진이 걷다가 갑자기 멈춰서 주머니를 만졌다.
“나 펜을 두고 왔어!”
그는 약간 당황한 표정이었다. 차태훈이 너그럽게 말했다.
“이거 줄게.”
추경진은 친구를 흘겨보며 말했다.
“내가 네 거를 왜 써? 내 필은 아무 데서나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추경진의 큰 제자 문종석이 말했다.
“교수님, 제가 방으로 가서 찾아올게요.”
“괜찮아. 내가 직접 갈게. 너희 먼저 차에 올라.”
추경진이 말하고 몸을 돌려 다시 걸어갔다.
송해인은 그 뒤에서 약 10미터 떨어진 거리로 조용히 따라갔다. 단순히 스승과 선배들 곁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으면서 상황을 좀 더 잘 보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은사가 갑자기 뒤돌아보았고 송해인은 순간 숨을 곳도 없이 곧바로 추경진한테 발견되었다.
송해인은 은사의 굳어진 표정을 뚜렷이 볼 수 있었다.
이미 들킨 상황이어 송해인은 과감히 추경진에게 다가갔다. 긴장하여 손바닥을 꽉 쥐었고 스승에게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었다.
수치심과 그리움이 뒤섞인 채 송해인은 추경진 앞에 섰다. 눈가는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
“교수님...”
7년 만에 내뱉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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