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서나빈은 내내 윤시헌에게 안긴 채 차에 올랐고, 그의 아파트에 도착해서도 내려 세우지 않은 채 곧장 욕실까지 안겨 들어갔다.
“저, 저 혼자 하면 돼요.”
욕실은 컸지만 이렇게 폐쇄된 공간은 서나빈을 괜히 긴장시키고 겁나게 했다.
“그래. 옷 하나 가져올게. 우선 대충 입어.”
윤시헌은 더 보지도 않고 돌아서 나갔다.
안도의 숨을 내쉰 서나빈은 거울 앞에 서서 한동안 멍하니 자신을 바라봤다. 감정은 아직 방금의 일에서 도통 빠져나오지를 못했다.
다시 어깨에 걸친 그의 외투를 내려다보았다. 서나빈은 그것을 벗어들고 살짝 입술을 대었다.
“고마워요.”
똑똑.
욕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을 살짝 열자 핏줄이 도드라진 큰손이 흰 셔츠 한 장을 문틈으로 내밀었다.
그녀가 받아 드는 사이 슬리퍼 한 켤레도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고마워요.”
“무슨 일 있으면 불러.”
“네.”
얼마나 지났을까. 서나빈은 머리를 말리고 긴 머리칼을 가슴 앞으로 넘겼다. 속옷이 없어 그의 검은 셔츠를 그대로 입으면 비칠 것 같았다.
한마디로 안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셈이었다.
서나빈은 용기를 내어 욕실에서 나왔다.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서재를 지나 드레스룸을 지나자, 그날 밤의 낯익은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서나빈은 두 손을 꽉 쥐었다. 방금까지 가라앉아 있던 긴장과 두려움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그때 문밖에서 사각사각 옷깃 스치는 소리가 나자 그녀는 황급히 이불 속으로 몸을 숨겼다.
똑똑똑...
“들어오세요.”
그녀가 조심스레 대답했다.
문을 연 사람은 윤시헌이었다. 그가 캐리어를 끌고 들어왔다. 그녀의 캐리어였다.
“짐은 다 가져왔어. 내일은 내가 휴가 내놨으니 하루 쉬고 다시 출근해. 먼저 옷 갈아입어. 다 입었으면 불러. 이따 약 발라 줄게.”
“네.”
윤시헌은 언제 샤워를 했는지 이미 깨끗한 홈웨어로 갈아입었다.
말투는 여전히 차갑고 담백했다. 그녀를 힐끗 보는 일도 없이 밖으로 나가 문을 살짝 닫았다.
멍하니 문을 바라보던 서나빈은 그의 신사다움을 새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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