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성도현은 어딘가에서 스포트라이트 아래 서서 받고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으며 트로피를 받고 있을 강나연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진작에 그녀의 것이었어야 할 영광이었지만 자신 때문에 여러 해나 늦춰졌다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성도현은 눈을 감았다. 그에게 처음 시집오던 때, 한껏 주눅 들어 있으면서도 기대를 담고 있던 강나연의 눈빛이 떠올랐다. 별장에서 묵묵히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그녀의 뒷모습과 경찰서에서 보였던 절망적인 눈물,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를 바라보던 뼛속까지 시려오도록 차갑던 그 눈빛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예고 없이 눈가에서 흘러내려 옷깃 속으로 스며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눈에 담겨 있던 감정은 이미 가라앉았다. 성도현은 그저 운명처럼 받아들이듯 멀고도 깊은 축복과 완전한 체념만을 남겼다.
성도현은 스스로를 놓아주었고 마침내 강나연이 영원히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엮이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는 라디오를 껐다. 음질 낮은 라디오에서 들려오던 잡음이 갑자기 멈추니 방 안에는 그저 유포리아 밤 특유의 벌레 소리만 남았다.
그는 손에 닿는 의료 지원소 건설 관련 서류를 집어 들고 스탠드를 켠 채, 한껏 집중하며 읽기 시작했다.
희미한 등불이 그의 뒷모습을 길게 늘어뜨려 거친 흙벽에 비췄다. 고독하긴 했지만, 더 이상 몸부림칠 생각은 없었다.
다시 3년이 흘렀다. 페리의 햇살 따뜻한 어느 오후.
강나연의 스튜디오는 센강 왼쪽의 예술적인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거대한 통유리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온 햇살이 마지막 조정 작업 중인 거대한 디자인 모형 위로 흩뿌려졌다. 모형의 선은 유려했고 동양의 신적 미학과 미래 기술의 감각이 융합되어 있었다. 이것은 그녀가 곧 세상에 공개할 또 하나의 역작이었다.
깔끔한 흰색 정장 치마를 입은 강나연은 머리를 단정하게 틀어 올리고 깨끗한 이마와 우아한 목선을 드러냈다.
손가락 끝이 모형의 한 디테일을 따라 움직였다. 그녀는 팀의 외국인 엔지니어와 페리어로 유창하게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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