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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안서연 씨, 저희는 이미 당신의 요구에 따라 안서연 씨와 똑같은 시신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10일 후 당신 남편과의 결혼식장으로 시신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전화 너머에서 들려온 직원의 말에 안서연은 며칠간 긴장했던 신경이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알겠어요. 수고해요.” “아니에요, 당연한 일이에요. 그 시신이라면 절대 들킬 염려 없으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확신에 찬 말을 들은 안서연은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안서연은 직원과 시신을 보내는 당일의 세부 사항을 다시 한번 확인한 후에야 전화를 끊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시끌벅적하던 방 안은 그녀가 들어오는 순간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가운데에 앉아 있던 하승주는 다급하게 일어나 그녀의 손을 잡고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수화를 했다. “서연아, 화장실에 왜 이렇게 오래 있었어? 어디 안 좋은 거야? 지금 바로 데려다줄게, 집에 가서 쉬어.” 하승주는 그녀를 데리고 나가려 했다. 그의 눈엔 오직 자신만이 비치고 있었다. 안서연은 가슴 한편이 시큰했지만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계속 놀자.” 그녀가 거듭 괜찮다고 하자 하승주는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방 안은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그런데 누군가 불쑥 물었다. “승주 형, 형수님이랑 곧 결혼하잖아. 그럼 밖에 두고 있는 그 비서는 어쩔 거야?” 그 말에 안서연은 손 안쪽에 손톱이 파고들 정도로 손을 꽉 쥐었고 얼굴도 새하얘졌다. 옆에 앉은 사람은 눈치를 주듯 그 사람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형수님도 계시잖아. 말조심해.” 하지만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뭐 어때, 형수님이 우리 얘기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형이 그 애인을 어떻게 처리할지.”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하승주에게로 쏠렸다. “계속 데리고 있을 거야.” 하승주는 새우 하나를 집어 껍질을 정성스레 까고는 안서연의 그릇에 조심스레 넣어주었다. 그러고 나서 덧붙였다. “그 여자는 그냥 심심풀이로 데리고 다니는 장난감일 뿐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서연이뿐이지. 하지만 서연이가 이 사실을 알면 날 떠날 거야. 그래서 지금까지 철저히 숨겨왔어. 결혼한 이후에도 절대 들키지 않게 할 거고. 그러니까 너희도 입단속 잘해. 누구라도 이 얘기를 서연한테 흘리기만 하면 가만 안 둘 거야.” 하승주의 매서운 시선이 방 안을 훑자 모두 입을 다물었다. 부유층 사이에선 집안에 하나, 밖에 하나 정도는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하승주의 말을 들은 그들은 깜짝 놀랐다. “형도 참 불쌍하네. 바람피우는 것도 들키면 안 된다니. 우리 와이프는 벌써 다 알아.” “네가 승주 형이랑 같아? 형은 정열 파야. 순애보라고!” 그러던 중 누군가 눈을 번뜩이며 수군댔다. “승주 형, 형수님은 못 듣잖아. 그럼 혹시 형이랑 그 비서가 집에서...” 말은 끝까지 하지 않았지만 의미는 충분히 전해졌다. 하승주는 피식 웃으며 손에 끼운 약혼반지를 돌리다 무심하게 답했다. “당연하지. 아주 짜릿했지.” 순식간에 방 안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찼고 모두 엄지를 치켜세웠다. “와, 대박! 역시 승주 형은 놀 줄 아네.” “집 안 구석구석 다 점령하셨겠네. 부럽다, 진짜!” “이러면 형수님이랑 결혼해도 아무 문제 없겠어.” 사람들의 우스갯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아무도 몰랐다. 안서연의 손은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이 들어가 있었고 그녀는 이미 청력을 되찾았다는 것을. 그녀가 이미 떠나기로 마음먹었고 결코 하승주와 결혼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몰랐다. 결혼식장에서 그가 보게 될 것은 그녀가 아닌 그녀와 똑같이 생긴 차가운 시신뿐이다. 하승주는 그녀가 새우를 먹지 않은 것을 눈치채고 곧바로 수화를 하며 물었다. “서연아, 왜 안 먹어?” 그녀는 진심 어린 눈빛을 한 하승주를 바라보며 억지로 미소 지었다. “아까 무슨 얘기를 했길래 다들 그렇게 신났던 거야?” 하승주는 미소 지으며 그녀의 손등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다들 우리 사이를 부러워하더라고. 나중에 우리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부부가 될 거라고 칭찬했어.” 그러고는 ‘사랑해'라고 수화를 했다. 방 안의 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안서연은 그들의 눈빛에 조롱이 섞인 것을 똑똑히 보았다. 그녀의 심장은 마치 얼음물에 잠긴 듯 차가워졌고 서서히 얼어붙었다. ‘분명 상간녀 얘기를 했으면서 우리 사이를 부러워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지어내네. 하승주, 난 몰랐어. 네가 이렇게까지 능숙하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일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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