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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심가연은 거울 앞에 선 채, 손끝으로 치맛자락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 눈앞에는 도은아가 툭 던져놓고 간 새빨간 드레스가 놓여 있었다. 보기에도 저렴한 원단에 깊게 파인 V넥과 과하게 짧은 치맛단은 몸을 한 번만 움직여도 속이 훤히 드러날 듯한 노골적인 디자인이었다. 그녀는 처음엔 거절하고 싶었지만 도은아가 정말로 임준석에게 자신이 구재호의 유모 노릇을 했던 일을 폭로할까 두려웠다. 한참을 망설이던 끝에, 그녀는 길게 숨을 들이쉬고는 조용히 드레스를 집어 들었다. 몸에 착 붙는 실루엣은 두 아이를 낳고도 놀라울 만큼 잘 관리된 그녀의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오히려 젊었을 때보다 더 성숙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풍겼지만 문제는 역시 가슴팍이었다. 이런 옷을 건넨 도은아의 속셈은 불 보듯 뻔했다. 오늘은 단순한 외출이 아니라 자신을 사람들 앞에 세워 망신을 주기 위한 무대였던 것이다. 심가연은 짧게 한숨을 내쉰 뒤, 조용히 트렁크를 열어 안쪽 깊숙이 넣어둔 진주 브로치 몇 개와 검은 시폰 원피스를 꺼냈다. 손재주가 나쁘지 않았던 그녀는 시폰 원피스의 밑단을 조심스럽게 찢어내 붉은 드레스의 치맛단에 덧대듯 브로치로 고정시켰다. 그렇게 노골적인 미니스커트는 어느새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단정한 기장의 드레스로 변했고 깊게 파인 목선엔 진주 브로치를 촘촘히 달아 몸을 숙여도 속살이 드러나지 않도록 단단히 여몄다. 조금 투박하긴 해도 최소한 더 이상 퇴폐적인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 스스로 손본 드레스를 입고 방을 나서자 도은아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졌다. “지금 그 옷에 뭐 한 거예요?” 자신의 계획이 어그러지자 도은아는 날카롭게 따져 들었다. 하지만 심가연은 아무 대꾸 없이 도은아의 차림을 바라봤다. 가을 신상 베이지색 수트에 진주로 장식된 고급스러운 자켓은 그녀를 한껏 우아하게 보이게 했다. “도은아 씨가 시킨 대로 치마 입었어요. 이제 출발해도 되겠죠?” 도은아는 당장이라도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애초에 자신이 강요한 일이었기에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게다가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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