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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알았어. 걱정 말고 어서 가봐.” 장영숙은 손을 휘저으며 심가연을 주방 밖으로 내보냈다. 밤새도록 울며 안겨 있던 어린 도련님 덕에 두 팔은 이미 얼얼해져 있었고 이제야 겨우 그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다니 이보다 반가운 일도 없었다. 주방을 나서던 심가연은 무심결에 구재호를 안고 안방으로 향하려 했지만 그 방 안에 아직 도은아와 구진성이 함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자 그녀의 발걸음이 망설이듯 멈춰 섰다. 구진성이 도은아와는 선을 넘은 적 없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주장일 뿐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은아가 그의 약혼녀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결국 그녀는 안고 있던 구재호를 데리고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이가 막 잠자리에 들자마자, 핸드폰에 메시지 알림이 도착했다. 잠금 화면을 풀자, 이전에 보던 영상이 꺼지지 않은 채 자동으로 재생되었다. “오...빠.” 화면 속, 유이의 목소리가 작게 울려 퍼졌고 그 짧은소리에 곤히 자고 있던 구재호가 갑자기 작은 손을 허우적이며 불안하게 몸을 뒤척였다. 이윽고 아이의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가더니, 영상 속 유이를 본 순간 또렷하게 말했다. “동 생...” 깜짝 놀란 심가연은 황급히 핸드폰을 내려놓고 아이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구재호는 자꾸만 핸드폰 쪽으로 손을 뻗었고 입속에서는 동생이라는 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유이가 구진성의 딸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심가연은 품에 안긴 채 잠든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이내 눈가가 붉어지며 콧등이 시큰거려왔다. 그녀가 임신 사실을 처음 알게 됐을 당시, 산부인과에서는 그녀가 쌍둥이를 품고 있다고 했다. 비록 임준석의 눈을 피해 혼자 조용히 지낼 수밖에 없었지만 그녀는 날마다 그 시간들이 기적처럼 행복했다. 사랑하는 사람과는 어쩔 수 없이 헤어졌지만 그의 아이를,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둘을 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출산 당일, 그녀의 몸에 이상이 생겼고 심한 출혈로 인해 아이를 낳고도 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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