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화
구진성은 편한 옷차림으로 바닥에 앉아 아들과 장난감을 굴리고 있었다. 장면은 평온했지만 굳은 표정만은 풀리지 않았다.
심가연이 들어서자 구재호가 “야!” 하고 반가운 소리를 내더니 곧 “엄마”라고 불렀다.
구진성이 그 호칭을 못 듣게 하려 한다는 걸 알기에, 심가연은 황급히 아이를 안아 올렸다.
“이모라고 불러야지.”
“이...”
아이는 잠깐 고개를 갸웃하더니 금세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 품에 파고들었다. 작은 손이 옷깃을 만지작거리며 젖을 찾았다.
심가연은 아기 침대 옆에 앉아 조용히 분유를 먹였다.
뒤에서 지켜보던 구진성의 시선이 묵묵히 머물렀다.
한참 먹던 구재호는 그녀 품에서 스르르 잠들었다. 심가연은 살금살금 아이를 눕히고 흩어진 장난감을 주워 담았다.
그때 구진성이 낮게 말했다.
“어젯밤에 안 계시니까 재호가 영 잠을 못 잤어요. 분유도 안 먹고요.”
심가연은 손길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허락도 없이 쉬어서요.”
장난감을 바구니에 넣은 뒤 돌아서서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구진성 씨, 오늘부터는 여기서 밤을 보내기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왜요!”
가라앉아 있던 목소리가 단숨에 치솟았다.
“오늘 밤도 집에 가서 남편이랑 주무시려는 거예요?”
“그런 뜻이 아니에요. 제가 매일 밤 집에 안 들어가면 준석이가 의심할 거예요.”
구진성이 성큼 다가왔다.
“그래서 왜 굳이 임준석 씨에게 숨기냐고요?”
목소리에 날이 섰다.
“쉿...”
구재호가 꿈틀하자 심가연은 그를 짧게 노려보며 낮게 타박했다.
그러나 구진성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끌어당겼다.
“구씨 가문의 베이비시터로 일하시기로 했으면 기본 책임은 져야죠. 한 달 동안 잘해 오셨으면 그대로 지키세요.”
흔들린 눈빛을 마주한 심가연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바라봤다.
“저도 매일 밤 재호를 재우고 집에 갔다가 아침 일찍 다시 올 수 있어요.”
“그렇게까지 집에 가서 임준석 씨 얼굴을 봐야겠어요?”
손목을 쥔 힘이 더 세졌다.
“그럴 거면 남편 곁에 그냥 있으세요. 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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