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임준석은 미친 듯이 심가연의 옷깃을 찢어버렸고 단추들이 바닥에 튀며 청아한 소리를 냈다.
가슴께가 싸늘히 드러나자 하얀 피부가 공기에 노출되었고 심가연은 필사적으로 임준석을 밀쳐내려 하며 버럭 소리쳤다.
“임준석, 지금 뭐 하는 짓이야?”
하지만 임준석은 못 들은 척하며 계속해서 심가연의 옷을 찢어 뜯으려 했다.
“내 아내로 산 지도 2년인데 이제야 부부 노릇 좀 제대로 하겠네...”
찰싹!
음담패설이 끝나기도 전에 심가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옷깃을 꽉 움켜쥔 채 임준석의 뺨을 후려쳤다.
“정신 좀 차려!”
냉혹한 목소리가 귀에 꽂혔지만 임준석은 전혀 진정되지 않았다.
임준석은 그날 구씨 가문에서의 장면이 떠올랐다.
문 하나 사이로 구진성 앞에서 심가연이 내뱉던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지금처럼 차갑고 무정한 목소리와는 전혀 달랐다.
임준석이 잠시 멈칫한 틈을 타 심가연은 임준석을 밀쳐내려 했지만 거의 벗어나려는 순간, 임준석의 손바닥이 그대로 심가연의 뺨을 강타했다.
“정숙한 척 연기하는 거야?”
술 냄새가 섞인 임준석의 숨결이 심가연의 얼굴 위로 쏟아졌다.
“구진성한테는 사생아까지 낳아주고 나한테는 무슨 고결하고 조신한 여자인 척이야?”
임준석은 거칠게 넥타이를 풀며 헐떡거리는 숨결을 심가연의 얼굴에 내뿜었다.
심가연의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고 뺨은 활활 불타듯 아팠다.
돌발 상황에 심가연은 한순간 제자리에 멍하니 얼어붙었다.
비록 2년간 명목상 부부로만 지냈다 해도 그동안은 평온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이런 광기를 드러낸 임준석은 처음이었다.
옷이 완전히 찢어지기 직전, 심가연은 전례 없는 힘을 발휘해 무릎으로 임준석의 아랫도리를 세차게 쳤다.
“큭!”
임준석은 낮게 신음을 토하며 비틀거리며 물러섰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허리를 굽히고 관자놀이 핏줄이 도드라진 임준석은 여전히 심가연을 노려보았고 눈 속에는 비틀린 고통과 집착이 소용돌이쳤다.
“너 죽고 싶어?”
이를 갈아 뱉는 임준석의 목소리는 거칠고 쉰 듯했다.
아마도 남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고통 때문일까, 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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