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머리가 멍하게 울리던 심가연은 소파를 짚고 일어나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구진성을 바라봤다.
“당연히 딸을 보러 와 있는 거죠, 뭐겠어요.”
심가연은 작은 병상 쪽을 흘끗 보았다. 여전히 곤히 잠들어 있는 유이의 모습은 한없이 사랑스러웠다.
그런데도 이 아이가 임준석과의 딸이라는 생각이 스치자 심가연은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유이는 병원에서 의사랑 간호사가 다 돌봐주잖아요. 한밤중에 집에도 안 가고 여기 남아서 뭐 하려는 건데요?”
심가연은 눈을 조금 크게 뜨며 구진성을 노려봤다.
“제가 돌아갈 데가 어딘데요?”
‘설마 임씨 가문으로 돌아가라는 건 아니겠지?’
심가연이 되묻자 구진성도 순간 멈칫하더니 목을 가다듬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당분간은 아파트에서 지내요.”
“그건 절대 안 돼요.”
심가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언성을 높이자 구진성도 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왜 안 된다는 거죠?”
“구진성 씨...”
단순한 열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심가연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감히 그런 소리가 나와요? 제가 방에서 잘 자고 있었는데... 구진성 씨는 진짜 인간도 아니에요.”
낮에 있었던 그 광경들이 스쳐 지나가자 구진성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확실히 잘못은 자기 쪽에 있는 것 같았다.
구진성은 심가연이 자는 틈에 본능적으로 덮쳐들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사고였어요. 다음부턴 절대 그러지 않을게요.”
“다음이라뇨? 다음까지 생각했어요? 구진성 씨는 이제 제 상사도 아니에요. 제가 길바닥에서 자더라도 구진성 씨랑은 아무 상관도 없어요.”
“뭐라고요?”
심가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구진성은 검은 눈동자로 심가연을 노려봤다.
입을 열고 더 따지려던 순간, 침대 위 작은 아이가 몸을 뒤척이자 심가연은 급히 입을 다물었다.
유이를 달래러 가려던 순간, 심가연은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휘청거리며 앞으로 쓰러지려고 했다.
구진성은 순식간에 달려들어 심가연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심가연의 불에 덴 듯 뜨거운 체온에 눈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