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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김현석이 걸어 나왔다. 그는 땅바닥에 마치 진흙탕처럼 무너져 있는 여자에게 내려다보며 눈에는 어떠한 동요도 없었다. “사랑?” 그는 피식 웃었다. 싸늘한 그의 목소리가 뼛속까지 시리게 들려왔다. “너와 네 어머니가 어떻게 단계적으로 다은이를 계략으로 몰아붙이고 괴롭혔는지 난 똑똑히 알고 있어. 예전에 너희를 건드리지 않은 건 손이 더러워질 까 봐서였고... 또... 다은이가 직접 처리하도록 남겨둔 거야.” 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극한의 혐오감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다은이가 움직였어. 아주 만족스러워.” 그는 몸을 돌려 뒤에 있던 경호원들에게 마지막 세 글자를 내뱉었다. “내보내.” 문이 쾅 닫혔다. 차가운 땅바닥에 쓰러진 정하나는 마치 끝없는 심연으로 떨어진 듯했다. 절망 속에서, 정하나는 의외로 정다은의 거처를 알아냈다. 그녀는 해골처럼 말라 있었고 눈빛은 뱀처럼 악독했다. 그녀는 정다은을 향해 날카롭게 저주를 퍼부었다. “정다은! 이 더러운 년! 너는 천벌을 받을 거야! 너는 내 모든 것을 빼앗았어! 넌 천벌 받을 거야! 내가 저주할 거야...” 정다은은 그녀를 평온하게 바라보았다. 마치 미쳐 날뛰는 개미를 보는 듯했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숙여 정하나의 귓가에 다가가 크지 않았지만, 얼음으로 벼린 칼날 같은 목소리로 한 마디 한 마디 명확하게 정하나의 마지막 신경을 잘라내듯 말했다. “왜 지금까지 살려두었는지 알아?” 정하나의 동공이 갑자기 수축했다. “왜냐하면.” 정다은의 잔혹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입꼬리를 씩 올렸다. “네가 살아남아야 그렇게 소중히 여기던 가정, 재산, 자존심, 그리고 네 그 웃기는 사랑이 어떻게 조각조각 무너져 내리고 사라져 갔는지... 네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으니까... 마치 하수구에 사는 쥐처럼, 길고 고통스럽게 발버둥 치게 될 거야... 직접 죽게 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을 거야... 또... 훨씬 고통스럽겠지.” 정하나는 이 말에 완전히 무너졌다. 정신이 완전히 나가버린 그녀는 미친 듯이 날뛰며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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