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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시간이 흘러 순식간에 십 년이 지나갔다. 정다은과 박지훈은 시로니에서 열린 최고급 클래식 음악회에 초대를 받아 참석했다. 오늘날의 정다은에게는 세월의 비바람을 덜 맞은 듯 성숙한 풍취를 더해 더욱 우아하고 침착한 모습이었다. 곁에는 여전히 준수하고 자유분방하지만 훨씬 숙성된 박지훈이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은 여전히 모두가 부러워하는 한 쌍이었다. 중간 휴식 시간에, 정다은은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박지훈은 아는 음악가에게 붙잡혀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두꺼운 카펫이 깔린 복도를 혼자 걸어갔다. 모퉁이를 돌자, 한 사람과 예기치 않게 마주쳤다. 그는 휠체어에 앉은 채 간호사가 밀고 있었다. 정갈한 짙은 코트를 입고 있었고 무릎 위에는 담요가 덮여 있었다.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했고, 얼굴은 늙고 수척했으며 주름으로 가득했지만 오직 깊은 눈빛만이 세월의 풍파를 겪은 후의 고요함과 평화를 담고 있었다. 김현석이었다. 정다은은 발걸음을 멈췄다. 김현석도 그녀를 보았고,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짧게 교차했다. 예상했던 것만큼 파란만장하지 않았고 심지어 미동조차 없었다. 정다은의 마음은 깊은 우물처럼 고요했다. 그를 보는 그녀의 눈빛은 마치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멀고도 먼 낯선 사람을 보는 듯했다. 김현석의 눈에는 먼저, 너무나 짧고 잡기 힘든 헛됨이 스쳐 지나갔다. 이내, 그것은 완전한 해탈로 바뀌었고... 그리고... 아주 미세하고 진심 어린 축복이 담겨 있었다. 그는 빛나고 행복으로 가득 찬 그녀의 모습을 보며 입가가 아주 희미하게 살짝 움직이는 듯했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고는 천천히,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다은도 살짝 고개를 숙여 답례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태연한 발걸음으로 그를 스쳐 지나가 복도의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 끝내 뒤돌아보지 않았다. 김현석의 휠체어도 천천히 소리 없이 반대 방향으로 나아갔다. 한 번 교차했던 두 개의 직선처럼, 각자 다시는 엮이지 않을 먼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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