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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정하나는 꼬리 밟힌 고양이처럼 날카롭게 외쳤다. “오빠가 알게 되면 신부가 나로 바뀌었다는 것에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할 거야! 내가 말하지 않은 건 결혼식 날 오빠에게 깜짝 선물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야! 그러니 너도 입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걱정하지 마. 너희 약혼자들끼리의 애정 행각에 끼어들 생각 없어.” 이번 생에 그녀는 그저 자신으로 살고 싶었다. 결국, 정다은은 억지로 파티에 끌려갔다. 파티는 술잔이 부딪치는 소리로 가득했다. 정다은은 매우 화려한 빨간색으로 된, 등이 파인 롱 드레스를 골랐다. 이는 정하나의 수수하고 우아한 흰색 드레스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오프닝 춤을 출 차례가 되자 김현석의 시선은 정다은과 정하나 사이를 훑다가 마침내 정하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주변에서는 순간 작은 수군거림이 일었다. “어? 정다은이 정식 약혼녀 아닌가? 김 대표님은 왜 여동생을 초대했지?” “뻔하지 않아? 김 대표님이 분명 정하나를 더 마음에 들어 하는 거지.” “맞아. 정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가 행동거지가 단정하고 예의 바르잖아. 언니는... 아름답긴 하지만 너무 방탕하고 제멋대로여서 김씨 가문처럼 규율이 엄격한 집안의 안주인 감으로는 확실히 좀 부족하지...” 김현석은 이 수군거림을 듣지 못하는 듯, 정다은을 바라보며 태연한 어조로 설명했다. “너도 이런 정식 왈츠를 못 추잖아. 이번 기회에 하나한테 좀 배우면 좋겠어.” 그렇게 말하고는 정하나의 손을 잡고 무대 중앙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은 선남선녀 같았다. 조화로운 춤사위로 마치 한 쌍의 아름다운 연인처럼 보여 파티장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다은은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춤을 추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다지 질투심을 느끼지 않았다. 그저 짜증스러울 뿐이었다. 더는 볼 생각이 없었던 그녀는 음식 코너로 가서 간단히 요기한 후 파티장 밖 테라스로 나가 바람을 쐬었다. 시원한 밤바람이 그녀의 마음속의 답답함이 조금이나마 흩어버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림자 하나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정하나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춤을 춘 후의 홍조가 여전히 남아 있었고, 눈빛에는 승리자의 의기양양함과 도발이 가득했다. “언니, 왜 여기서 혼자 바람 쐬고 있어? 나랑 현석 오빠가 춤추는 걸 볼 수 없어서 도망쳐 나왔어?” 그녀는 정다은의 옆으로 다가와 자랑스러움이 담긴 어조로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누가 됐든, 설령 현석 오빠라 할지라도 언니와 나 사이에서 더 단정하고 규칙을 잘 지키는 나를 선택할 거라고.”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목소리를 낮추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악의를 담아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너도 참 딱하다. 옛날에 네 엄마는 내 엄마를 못 이겼고, 지금도 너는 마찬가지로 나를 못 이기잖아. 이게 바로... 피로 이어진 실패인 거지?” 만약 그냥 평범한 도발이었다면 정다은은 아마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하나가 가장해서는 안 될, 그녀의 금기를 건드렸다. 바로 죽은 그녀의 어머니를 모욕한 것이다. 정다은의 평소 차분했던 눈빛은 순식간에 차갑고 날카롭게 변했다. 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손을 들어 정하나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 정하나는 뺨을 맞고 고개가 돌아갔다. 얼굴에는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순식간에 나타났다. 그녀는 얼굴을 감싸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정다은을 노려보았다. “너... 네가 감히 날 때려?” “너를 때린 게 뭐 어때서?” 정다은은 한 걸음씩 다가서며 기세를 완전히 드러냈다. 그녀의 밝은 얼굴에는 서리가 드리워져 있었다. “때릴 뿐만 아니라 발로 차 죽일 수도 있어!” 그녀는 정하나의 옷깃을 움켜쥐고 발코니 가장자리로 끌고 갔다. “어디서 난 용기로 도발한 거야? 정하나, 네가 잊었나 본데 난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어. 너처럼 약한 척하는 애는 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정하나는 아득하게 먼 아래를 바라보며 놀라움과 분노로 목소리 톤이 변했다. “정다은! 네가 감히!” “지금 당장 내가 감히 할 수 있는지 보여줄게!”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하이힐을 신은 발을 들어 거칠게 발길질을 했다. “아악!” 공포에 질린 정하나의 비명이 밤하늘을 갈랐다. 그녀는 균형을 잃고 발코니 가장자리의 덜 튼튼한 장식용 난간을 부수고 그대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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