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4화
박혜자는 멀찍이 앉아 있는 연시윤을 한 번 바라보더니 곁에 앉아 있는 임다영을 향해 몸을 기울였다.
“어젯밤... 잠은 잘 잤니?”
“네. 잘 잤어요.”
임다영이 대답하자 박혜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슬며시 미소 지었다.
“내가 묻는 건 그게 아니야. 너희 둘이 어젯밤... 잠자리는 어땠냐는 말이지.”
임다영은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곧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저... 그냥 잘 잤어요.”
박혜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음을 띠며 다그쳤다.
“그래? 그럼 내가 언제쯤 너희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나도 하루빨리 증손을 안아 보고 싶구나.”
임다영은 멍하니 굳어 버렸고 본능적으로 배 속을 떠올렸다. 사실 임다영의 몸속에는 이미 작은 생명이 자라나고 있었다.
박혜자는 이윽고 표정을 거두며 나직이 말했다.
“내가 성급한 줄은 알지만 어쩔 수 없구나.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알고 있어. 죽기 전에 너희가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야.”
“할머니, 그런 불길한 말씀 하지 마세요.”
임다영은 서운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알았다. 우리 손주며느리가 싫다니 두 번 다시 그런 소리 안 할게.”
박혜자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두 사람은 다른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임다영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의사는 분명 박혜자에게 남은 시간이 반년 남짓이라고 했었다.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차마 사실을 밝히지 않았지만 박혜자 본인도 이미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는 듯했다.
박혜자의 마지막 바람은 단순했다.
손자의 혼인과 대를 이을 아이뿐이었다.
만약 자신이 임신하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책임을 피했겠지만 이미 아이는 뱃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연시윤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한다 해도 정말로 할머니까지 속이고 떠나보낼 수는 없었다.
임다영은 고민에 사로잡힌 채 박혜자의 정원에서 나왔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임다영은 옆에 앉아 있는 연시윤을 곁눈질했다.
연시윤은 비서 정민이 가져온 서류를 넘겨보느라 분주했지만 곧바로 임다영의 시선을 눈치채고 고개를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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