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17화

연시윤은 임다영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이건 그녀를 떠보는 것이었다. 일말의 자존심이라도 있다면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이 이 여자를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다. 임다영은 망설임 없이 카드를 주었고 그를 향해 한마디 물었다. “이제 가도 되겠죠?” “꺼져.” 그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임다영은 서둘러 도망쳤고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연시윤의 모욕은 임씨 가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임씨 가문에서는 돈을 받으면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고 민지영의 병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한테는 이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차 한 대가 천천히 임다영을 따라갔다. 안에 있던 탐정이 백유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백유리 씨, 감시하고 있던 사람이 안에서 나왔습니다.” “지금 어디예요?” “연 대표님의 집입니다.” “알았어요. 계속해서 미행해요. 수고하세요.” 백유리의 말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전화를 끊는 순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임다영!” 그녀는 이를 악물었고 마음 같아서는 임다영을 갈기갈지 찢어버리고 싶었다. ‘시윤 오빠의 집이라니? 어떻게 그럴 수가?’ 그곳은 그녀조차 발을 들이지 못한 곳이었다. 자그마치 10년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그곳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임다영 그 여자는 연시윤의 침대에 올라갔고 집까지 드나들고 있다. 그 천한 여자가 도대체 무슨 수로 연시윤을 현혹시킨 걸까? 임다영을 이대로 그냥 둘 수가 없었다. “임다영, 당신은 죽어야 해.” 백유리의 말투에 독기가 가득 차 있었다. ... 집으로 돌아온 임다영은 바로 임씨 가문에게 돈을 송금했다. 그리고 병원에 전화해서 민지영을 더 전문적인 병원으로 옮기라고 당부했다. 그녀는 남은 돈을 함부로 쓰지 않고 은행에 저축했다. 한 달이 다 지나갔지만 연시윤은 그녀와 무슨 일이 있기는커녕 그녀의 앞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그 당시 김정숙은 그녀에게 한 달 안에 연시윤의 마음을 얻으라고 요구했고 하지 못한다면 그녀를 쫓아내겠다고 했다. 김정숙이 찾아오길 기다리느니 차라리 먼저 이사를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또한 그녀는 호텔 종업원으로 취직도 했다. 주말마다 수술을 마치고 요양 중인 민지영을 보러 갔고 나름대로 평안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임다영을 주시하던 탐정은 백유리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그럴 리가요. 어떻게 그리 쉽게 별장을 떠날 수 있죠?” 백유리는 조금 의심스러웠다. ‘임다영, 천한 계집애. 그렇게 수작을 부리더니 이리 쉽게 이사를 한다고?’ “분명 연 대표님께 버림받았을 겁니다. 연 대표님께서 그 여자를 신경 쓴다면 어떻게 이리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았겠습니까?” 임다영이 떠난 건 분명 연시윤이나 김정숙의 뜻일 것이다. “그건 그래요.” 백유리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어리석었다. 김정숙이 그녀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런 천한 계집애를 집안에 들일 수가 있겠는가? 연시윤이 어떤 성격인지는 곁에서 10년 동안 지켜본 그녀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천한 계집애들보다 연시윤한테는 생명의 은인인 그녀밖에 없었다. 연시윤의 곁에 머물 수 있는 여자는 그녀뿐이었고 반드시 그녀만이어야 했다. 다만 임다영에 대한 그녀의 원한은 여전했다.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부하들에게 임다영을 끌어내라고 지시했고 익명의 문자를 보냈다. [요즘 사람을 찾고 있지? 월광 클럽으로 가봐. 가면 깜짝 놀랄 거야.] 문자를 보내고 난 백유리는 기분이 좋아졌다. 내일부터 이 문주에 임다영이라는 사람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이게 시윤 오빠를 꼬신 대가야...’ 한편, 회의를 마친 연시윤은 이마를 주물렀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회의실 문밖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던 백유리는 반가운 마음에 앞으로 달려갔다. “시윤 오빠.” 손을 뻗어 연시윤의 팔을 잡으려고 하자 그가 차갑게 그녀를 흘겨보았다. 짜증이 난 그의 얼굴을 보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늘 그녀한테 관대했다. 하지만 선을 조금이라도 넘는다면 이렇게 짜증 나는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이 손을 거두었다. “오빠, 많이 피곤하죠? 이건 내가 하루 종일 끓인 닭고기 수프예요.” 그녀의 눈빛에는 기대가 가득했다. 연시윤은 그녀의 손에 감긴 거즈를 발견하고 한마디 물었다. “손은 왜 그래? 다쳤어?” “별거 아니에요.” 백유리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실수로 조금 데었을 뿐이에요. 어머님이 꼭 붕대를 감으라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붕대를 감은 거예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백유리는 그한테 닭고기 수프를 끓여주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고 큰 부상까지 입었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거절하기 어려웠던 연시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두 대의 차가 나왔고 앞쪽 차량은 연시윤의 차였고 뒤쪽 차량은 백유리의 차였다. 연시윤은 결벽증이 심해서 다른 사람이 자신과 같은 차를 타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백유리는 오래전부터 그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차 뒷좌석에 올라탄 그녀는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움켜쥐었다. 이때, 김정숙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어떻게 됐니? 시윤이가 너희 집으로 가겠다고 했어?” “네. 오빠가 승낙했어요.” 백유리는 상냥하게 대답했다. “그럼 됐다.” 김정숙은 또 한마디 당부했다. “유리야, 시윤이가 평소에 너무 바쁘니까 이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 백유리는 대답하지도 않았고 거절하지도 않앗따. “어머님, 시윤 오빠는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어찌 오빠의 미움을 사는 일을 하겠어요?” “괜찮아.” 김정숙은 의미심장한 말을 꺼내 놓았다. “넌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며느릿감이다. 두 사람을 내가 반드시 맺어줄 거야.” 전화를 끊은 백유리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김정숙은 줄곧 두 사람을 이어주려고 했지만 연시윤의 무관심 때문에 두 사람은 크게 진전이 없었다. 임다영의 나타난 후, 김정숙의 마음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오늘 밤 닭고기 수프에는 뭔가가 추가되었다. 그녀는 곧 연씨 가문의 며느리가 될 것이다. 백유리는 창밖의 경치를 바라보며 점점 더 크게 웃었다. 연시윤을 구한 여자라고 사칭한 그 순간부터 그녀는 이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성공이 코앞에 다가왔다. ... 한편, 박혜자는 연시윤이 업무가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네 마음속에는 이 할미가 있긴 한 거냐? 왜 날 보러 오지도 않는 거야?” “할머니, 내일 찾아뵐게요.” “그래야지. 참, 그날 네가 먼저 간 바람에 그 아가씨가...” “할머니, 저 바빠요. 한가하게 이 사람 저 사람 만날 시간이 없습니다.” 연시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이 그래? 내 손자며느리가 되면 나한테는 소중한 보배인데.” 박혜자는 언짢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걱정스럽게 말했다. “네가 떠난 뒤에 그 아가씨가 계속 돌아오지 않아서 걱정이다. 네가 좀 찾아봐.” 그제야 그는 박혜자조차도 그 여자의 신원을 모르고 이름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정민에게 찾아보라고 명했다. “그 여자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 할머니의 신변에 어떠한 잠재적인 위험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날 병원에 있었던 일 얘기가 나오자 연시윤은 임다영이 생각났다. 요즘 이렇게 조용한 걸 보면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 건지? “임다영, 그 여자는 어떻게 됐어?” “이미 별장을 떠났습니다.” “뭐?” “누가 허락한 거야?” 미간을 찌푸리는 연시윤을 보며 정민은 우물쭈물했다. “클럽에 갔습니다...” 정민은 진땀을 흘리며 찾아낸 자료를 건네주었다. 연시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료를 뒤적였다. 마지막 CCTV 영상에 따르면 임다영은 클럽에 들어간 것만이 아니었다. 클럽을 나와 호텔 쪽으로 갔다. 더 이상 차오르는 분노를 억제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없는 동안 이렇게 여우 꼬리를 드러낼 줄은 몰랐다. 그가 준 돈을 가지고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었던 걸까? “차 돌려.” 연시윤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백유리 씨가...” 연시윤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내 손으로 그 여자를 부숴버릴 거야.”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