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박혜자는 약간 불만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할머니는 무슨. 내가 너랑 친척 관계도 아닌데. 그냥 어르신이라고 불러.”
백유리는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르신. 제가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많이 언짢으셨죠?”
이때, 연시윤이 백유리의 편을 들었다.
“할머니, 유리를 탓하지 마세요. 유리가 아니었다면 전 할머니가 절 속이고 있다는 것도 몰랐을 겁니다.”
“회사 일로도 바쁜 사람이잖아. 난 푹 쉬면 좋아질 거야. 그리고 위장병에 웬 호들갑이야? 너희들 다 불러서 병문안이라도 오라고 할까?”
박혜자는 연시윤의 뒤에 숨어 있는 백유리를 쳐다보았다.
“우리 집안일은 외부인이 쓸데없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할머니, 유리가 어디 남입니까? 유리는 제 목숨을 구한 사람이에요. 제 동생이란 말입니다.”
연시윤은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백유리가 그의 목숨을 구했으니 그건 하늘과 같은 큰 은혜였다.
어찌 됐든 절대 백유리가 억울함을 당하지 않게 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 밤, 그녀가 전화를 한 것도 할머니의 안위를 생각해서였다.
그녀의 호의를 저버릴 수가 없었다.
박혜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은 내쉬었다.
“네가 의리를 중시한다는 걸 나도 안다.”
박혜자는 연약하고 불쌍한 백유리를 보며 한 가지 일을 떠올렸다.
“참, 지난번에 찾아보라고 한 아가씨는 찾아봤어?”
딱 한 번 봤지만 박혜자는 그 아가씨가 연시윤과 가장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사람들을 시켜 조사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어떻게 걱정을 안 해?”
박혜자가 그를 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또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거지? 너한테 또 선을 보라고 할까 봐 이러는 거 아니야? 네가 정말 효심이 깊다면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면 얼른 결혼해서 증손주나 보게 해줘.”
그 말에 연시윤은 머리가 아팠다.
“할머니, 또 그 얘기세요?”
백유리는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르신, 오빠도 분명 다 생각이 있을 거예요. 오빠가 결혼할 마음이 있다면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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