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아악.”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마주 오는 사람과 부딪힌 임다영은 철판에 부딪힌 것처럼 너무 아파 눈물이 찔끔 새어 나왔다.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오늘 일진이 이렇게 사나운지 알고 싶었다.
“당신 누구예요? 앞 좀 보고 다니지 왜 여기서 길을 막고...”
임다영이 고개를 들고 따지려다가 어두운 불빛으로 앞에 선 사람이 누군지 알아봤다.
‘연시윤?’
그는 오만한 표정으로 임다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오늘 이 남자를 피해 다니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결국 이렇게 마주친 것이다.
연시윤은 앞에 선 여자를 보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손을 내밀었다.
“뭐 하는 거예요...”
임다영은 연시윤이 내민 손을 보고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며 힘껏 밀쳐냈다.
“저리 가요. 나 건드리지 말고.”
임다영이 잽싸게 도망갔다. 무조건 따라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들린건 외미디 비명뿐이었다. 고개를 돌린 임다영은 그제야 연시윤이 바닥에 쓰러진 걸 발견했다.
순간 도망갈 수도 가지 않을 수도 없었던 임다영이 넋을 잃었다.
‘그저 가볍게 밀었을 뿐인데 쓰러진다고?’
임다영은 아까 로비에서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술을 많이 마신 데다가 약까지 먹었는데 무슨 일 생기는 거 아니야?’
임다영은 생각만 해도 너무 무서웠다. 만약 연시윤이 여기서 죽는다면 임다영은 빼도 박도 못한 살인자가 될 것이다. 점점 불안해진 임다영이 그쪽으로 걸어가 떠보듯 물었다.
“연시윤 씨...?”
바닥에 쓰러져 미동도 없던 연시윤이 갑자기 임다영의 손을 으스러지게 잡았다. 연시윤은 사실 정신이 말짱했지만 그녀가 함정에 빠져드는 걸 보기 위해 일부러 연기한 것이었다. 임다영이 후회하는데 연시윤의 갈라진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 누구예요?”
이 말에 임다영이 멈칫했다.
“뭐라고요?”
연시윤이 다시 천천히 말했다.
“우리 아는 사이 같은데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나요...?”
연시윤이 미간을 찌푸리고 이마를 살살 문질렀다. 아마도 많이 마셔서 임다영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임다영은 그제야 목숨을 구했다는 생각에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