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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아무것도 아니야. 유정이 일이 바빠서 먼저 간대.” 민아진이 눈꺼풀을 축 늘어트리며 뚫어져라 쳐다보는 진이한의 눈빛을 외면했다. 임유정은 그런 민아진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끝내는 까밝히는 대신 진이한을 죽일 듯이 노려보더니 말했다. “아진아,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 문이 닫히고 진이한이 침대맡으로 다가와 미안한 기색을 드러내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네가 있는지 몰랐어...” “괜찮아.” 민아진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자르며 손을 내밀어 물컵을 들려 했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자 환자복의 어깨가 한쪽으로 흘러내리며 쇄골 아래에 난 흉측한 화상 자국이 그대로 드러났다. 진이한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물었다. “어쩌다 이렇게 심하게 다친 거야? 그냥 연기만 조금 마신 거 아니었어?” 민아진은 고개를 숙여 상처를 확인하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옷을 정리했다. “별거 아니야.” 진이한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렇게 다친 줄은 몰랐지... 그냥 연기를 마시고 쓰러진 줄 알았어.” 민아진이 입꼬리를 살짝 당겼다. ‘그래. 네가 뭘 알겠어.’ 눈에 온통 송혜연뿐인 사람이 그녀가 얼마나 다쳤는지 알아챌 리가 없었다. 민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물만 마셨다. “요 며칠은 내가 옆에서 챙겨줄게.” 진이한이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아니야.” 민아진이 고개를 저었다. “일도 바쁜데 나는 뭐 하러.” 진이한이 무슨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이한아...” 수화기 너머로 송혜연이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손이 너무 아파... 의사 선생님이 그러는데 감염되었을 수도 있대...” 진이한이 망설이는 걸 보고 민아진이 입꼬리를 올렸다. “가봐.” “나...” 진이한이 핸드폰을 꽉 움켜쥐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사람을 챙길 줄 잘 몰라. 간병인 하나 찾아줄게.” 민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진이한이 서둘러 자리를 떠나고 나서야 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민아진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챙겨주겠다던 사람이 송혜연의 전화 한 통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가버리니 말이다. 문득 화재에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송혜연에게 달려가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던 게 떠올라 민아진은 눈을 질끈 감았다. 가슴이 너무 아파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어떤 약속은 처음부터 진심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였다. ... 퇴원하는 날, 진이한이 직접 데리러 왔다. “저녁에 경매가 있는데 같이 가자.” 진이한이 새로 산 캐시미어 코트를 건네며 이렇게 말하자 민아진이 고민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 “됐어요...” “아직도 화난 거야?” 진이한은 민아진이 아직도 성질을 부린다고 생각해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 네가 있는 줄은 몰랐다니까. 뒤에 네가 나오지 않는 걸 보고 바로 사람 들여보내서 찾으라고 했어.” 민아진이 입을 벌렸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코트를 받았다. 차에 오르고 나서야 민아진은 송혜연도 함께라는 걸 알아챘다. “혜연도 가고 싶다고 해서 데려왔어.” 진이한의 설명에도 민아진은 입을 꾹 다문 채 조용히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가는 내내 송혜연은 흥미진진하게 진이한과 대화를 나눴다. 어릴 적에 있었던 재미난 일부터 해외에서 유학할 때 겪었던 일까지, 진이한은 말이 별로 없었지만 한마디 한마디 자연스럽게 대꾸했다. 민아진은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그들과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침묵했다. 경매장, 진이한은 송혜연의 시선이 닿은 경매품은 전부 사들였다. 이런 행보로 경매에 참가한 사람들이 눈길을 보내왔다. “저 사람 진 대표님 아니야? 파트너에게 통이 크네.” “여자 친구가 3년을 극진히 보살폈다더니 역시 많이 아끼는구나.” “아니야. 저 사람 뉴스에 나오던 민아진 씨가 아닌 것 같은데. 전에 진 대표님을 버리고 떠났던...” 수군거리는 사람 중 송혜연을 민아진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진이한이 잠깐 멈칫하더니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민아진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너는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그때 경매품으로 올라온 사파이어 목걸이가 불빛 아래 푸른 바다처럼 은은하게 빛났다. 민아진이 경매품을 눈여겨보는데 진이한이 가격을 불렀다. “20억.” “이 목걸이에는 유래가 있어.” 송혜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외국의 한 국왕이 왕비에게 준 사랑의 징표 같은 건데 충성과 변하지 않는 사랑을 의미하지.” 송혜연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민아진을 쳐다봤다. “아진에게 선물하기 딱 좋은 것 같아.” 진이한이 멈칫하더니 목걸이를 손에 넣자마자 송혜연에게 건네줬다. “너한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이래도 돼?” 송혜연이 주저하는 척하며 말했다. “이거 아진이 마음에 들어 하는 거잖아.” “다른 거 사주면 돼.” 진이한이 민아진을 돌아보며 말했다. “갖고 싶은 거 있어?” 눈꺼풀을 축 늘어트린 민아진은 경멸에 찬 웃음을 지었다. 충성의 의미가 담긴 선물은 민아진에게 선물할 수 없었지만 송혜연은 가능했다. 사랑하고 아니고의 차이가 이렇게나 선명했다. “됐어.” 민아진이 가볍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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