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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송혜연이 들어와 사는 동안 민아진은 한번도 본 적 없는 매우 낯선 진이한을 마주하게 되었다. 진이한은 송혜연이 오이를 먹지 않는다는 걸 기억했고 송혜연이 미간을 찌푸리면 바로 요리를 바꿔줬다. 게다가 민아진의 출입을 금지했던 서재를 송혜연은 마음껏 드나들 수 있었다. 민아진은 그제야 진이한이 한 사람을 사랑하면 어떤지 알게 되었다. 지난 시간동안 민아진은 진이한이 조울증에 시달릴 때 자기가 옆에 있다는 이유로 자학을 멈추면 그것이 좋아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너무 우스웠다. 그날 서재를 지나치던 민아진은 곁눈질로 송혜연이 뭔가를 손에 들고 노는 걸 보게 되었다. 걸음을 멈추고 반쯤 열린 문틈으로 들여다보는데 송혜연의 손에 들린 건 다름 아닌 진이한의 할머니가 남겨준 옥반지였다. 송혜연이 그 옥반지를 떨어질 듯 말듯 하게 들고 있는 걸 보고 민아진은 심장이 떨려 얼른 달려가 옥반지를 뺏어왔다. “뭐 하는 거야? 이거 이한의 할머니가 남기신 유품이야. 어떻게 이렇게 함부로...” “무슨 상관인데?” 송혜연이 언짢은 표정으로 옥반지를 도로 뺏어갔다. 그러더니 안절부절못하는 민아진의 표정이 재밌었는지 갑자기 사악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 정도로 신경이 쓰인단 말이지? 그러면...” 송혜연이 일부러 손을 풀었다. 쨍그랑. 옥반지가 바닥에 떨어지며 두 동강 났다. 순간 민아진은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대대로 전해지는 이 옥반지는 진이한의 할머니가 임종 전 직접 전해준 거라 진이한이 제일 아끼는 물건이었다. “무슨 일이야?” 진이한이 소리를 듣고 안으로 들어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진이한이 어두운 표정으로 바닥에 떨어져 부서진 옥반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민아진이 깨트렸어.” 송혜연이 억울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냥 궁금해서 보려고 한 것뿐인데 달려와서 뺏더라고...” 진이한의 눈동자가 순간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민아진. 네가 어떻게 감히...” “서재에는 카메라가 있잖아.” 민아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진이한의 말을 잘랐다. “한 번 확인해봐. 사건의 진실이 어떤지.” 분위기가 순간 영하로 얼어붙었다. 송혜연의 안색이 살짝 바뀌더니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해. 이한아... 내가 실수로 깨트린 거야... 이거 너에게 엄청 중요한 거지? 내가 똑같은 걸로 사다 주면 안될까?” 순간 진이한의 얼굴에 차 넘치던 분노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성큼성큼 그쪽으로 걸어간 진이한은 조심스럽게 송혜연의 손을 살피더니 꼭 잡아주며 말했다. “다친 데는 없고?” 옆에 선 민아진은 진이한이 송혜연의 손을 섬세하게 살피는 걸 보고 심장이 뜯겨 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이 옥반지가 진이한에게 어떤 의미인지 민아진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3년 전, 이미애가 실수로 이 옥반지를 잃어버렸을 때 진이한은 금방 다리 수술을 마쳤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이 내리는 밤에 3시간을 꼬박 찾아 헤맸지만 수확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진이한은 이미애와 크게 다퉜고 방으로 돌아간 후 물건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민아진은 그런 진이한이 안쓰러워 눈보라도 무릅쓰고 정원에서 찾아헤맸다. 손이 너무 시려서 감각을 잃어갈 때쯤 겨우 옥반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런 옥반지를 송혜연이 망가트렸는데 진이한은 그저 송혜연이 다쳤는지만 살피고 있다. 민아진은 순간 광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진이한, 송혜연을 향한 마음이 이 정도였어?’ 이런 줄도 모르고 민아진은 참 단순하게 진이한이 다 나으면 자기와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다. 진이한의 곁을 지켰던 수많은 밤, 힘겹게 재활하는 그를 보며 민아진은 속으로 평생 지켜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진이한이 슬럼프를 겪을 때 일기책에 진이한의 몸이 나으면 결혼하겠다는 우스운 소망을 적기도 했다. 이제 보니 민아진은 정말 영락없는 웃음거리였다. 다행히 너무 늦게 깨달은 건 아니었다. 진심을 바쳐도 소중함을 모른다면 더 헌신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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