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박동진은 잠시 쉬더니 송가빈의 몸에서 내려와 옆으로 누워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화 풀어, 내가 잘못했어. 우리 이제 진짜 잘살아 보자.”
송가빈은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다.
“사실 이 일은 내 마음속에 몇 년이나 묻어뒀던 거야. 말만 꺼내면 네 성격상 무조건 날 떠날 거란 걸 잘 알아. 근데 어떤 남자가 자기 여자친구가 늙은 남자랑 잤다는 걸 참고 넘길 수 있겠어? 가빈아, 난 그냥 마음속의 분을 어떻게든 덜어내고 싶었던 거야. 난 저 여자랑 아무 일도 없었어.”
두 사람 다 몸도 마음도 완전히 지쳐 있었다.
송가빈은 박동진에 비해 체력이 약했고 마음은 점점 얼어붙고 있었다.
“나랑 오 교수도 아무 일 없었어. 네가 믿든 안 믿든 그게 사실이야.”
“남녀 단둘이서 호텔 가서 밤새고 다음 날 아침에 나왔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고? 가빈아, 거짓말도 그럴듯하게 해야 듣는 사람이 믿을 수 있어.”
“정말 안 믿을 거야?”
“우리 가빈이 너무 예쁘고 매력적인 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알아. 네가 참았다는 건 믿겠어. 하지만 그 늙은 남자가 참았을 거란 건 절대 못 믿겠어.”
송가빈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자 박동진을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럼 그날 호텔에서 둘이 도대체 뭘 했는지 차라리 말해줘. 설마 이불 덮고 TV나 보면서 카드 게임이나 놀았어? 아니면 단순하게 그냥 수다나 떨었어? 게다가 말인데, 우리 처음 관계 가졌을 때 난 네 체내에서 어떤 저항도 못 느꼈거든.”
송가빈은 본래 뭔가 말하려 했지만 박동진의 마지막 말에 아예 말할 의욕조차 사라졌다.
이미 수많은 의사와 전문가가 말했듯, 그 얇은 막은 운동이나 다른 외부 요인으로 쉽게 손상될 수 있었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 여자들이 예전처럼 열두 살에 시집가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대학을 마치고 스무 살 넘어서야 결혼을 고려했다.
그런 성숙한 몸에 아직도 막 따위로 순결을 논하는 건 너무나 어이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송가빈은 박동진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단지 그 가시 같은 의심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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