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화

송가빈은 레이징 호텔을 들은 순간부터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 이름을 얼마 만에 듣는 거지? 당시 아버지는 누군가의 음모에 휘말려 감옥에 갔고 결국 교도소 안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어머니는 홀로 그녀를 데리고 남성을 떠나 호북시로 갔다. 송가빈도 후에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적이 있다. 그때 레이징 호텔은 이미 홍안 무도장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모두가 아는 적선지대로 변했다. 아버지가 평생 공을 들여 운영했던 호텔이 순식간에 허물어지고 말았다. 이에 송가빈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 든든하고 커다란 손이 그녀의 손목을 살짝 누르며 물었다. “듣고 있어?” 송가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차렸다. “네?” 정찬수는 미소를 지으며 이 대표에게 말했다. “죄송해요. 가빈이 어제부터 감기 기운이 있어서 약을 먹으면 졸려 해요. 기분이 나쁘셨다면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이 대표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감기약에 수면제 성분이 있어서 먹고 나면 졸리기 마련이죠. 사모님은 편히 쉬시고 정 대표님이 저와 이야기 나누면 돼요.” 정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이 대표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사실 제가 레이징 호텔을 오래전부터 매물로 내놨어요. 그런데 예전에 평판이 좋지 않아서 손님도 많이 없고 매출도 안 좋으니까 인수하려는 사람이 없었어요. 정 대표님, 진짜 안목이 좋으세요. 그 지역이 바다와 가까워서 리모델링 잘하면 진짜 대박 날 겁니다.” 정말 남성인가? 송가빈이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커다란 손이 그녀의 손을 감싸 안고 위로하듯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 대표가 계속해서 말했다. “정 대표님이 정말 레이징 호텔을 살 마음이 있다면 제가 3% 더 할인해 드릴게요. 대신 거래가 빨리 진행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대표님, 혹시 돈이 급한가요?” “맞아요. 제 아내가 계속 서경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호텔 일로 계속 남성에 다녀와야 하고 학교에 다니는 아들도 돌봐야 하니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하루빨리 호텔을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