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9화
송가빈은 고개를 숙이고 씁쓸하게 웃었다.
“제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어요.”
“아, 그러셨군요. 그럼 다른 형제자매는 없나요?”
“없어요. 부모님은 저 하나만 두셨어요.”
“그럼 평소 취미는 뭐예요?”
“꽃 키우는 거요.”
송가빈은 부드럽게 말했다.
“예전에 집에서 장미를 많이 키웠는데, 꽃방을 가득 채울 만큼 피어나면 온 뜰이 향기로 가득했어요.”
그 말을 하자, 그녀와 정원사 할아버지 사이에 자연스레 공통된 관심사가 생겼다.
“밤이라 잘 안 보이네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전에 꽃을 가꿔본 적이 있어서, 방법만 알려주시면 금방 익숙해질 거예요.”
정원사 할아버지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
“손님이신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품삯 대신 일한다고 생각해 주세요.”
할아버지는 간단하게 가지치기 방법을 알려주었고 송가빈은 금세 이해하더니 꽃가위를 들고 빠르고 능숙하게 손질을 시작했다.
한편, 병원에 남아 경과를 지켜보고 있는 정찬수는 하루 종일 울적했다.
서다인이 송가빈을 데려가 버린 탓에, 박동진뿐 아니라 그 역시 그녀를 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병원 측은 유난히 꼼꼼했다. 그의 여자 친구가 ‘어지럽고 메스꺼워 서 있지도 못한다’라며 호소한 탓에 CT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고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그냥 내보내지 않았다.
병의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으니 며칠 더 경과를 지켜보자는 이유였다.
결국 그는 병실에 홀로 틀어박힌 채 지루함에 찌들어갔다.
낮에 너무 오래 누워 있었더니 밤이 되자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결국 휴대폰을 집어 들어 송가빈의 인스타를 훑기 시작했다.
결혼 후 그녀는 거의 올리지 않았다. 대부분이 학생 시절에 올린 것들이었고 가끔은 주변에서 일어난 소소한 일이나 캠퍼스의 아름다운 풍경을 공유한 정도였다.
그리고 몇몇은 박동진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직접적인 애정 표현은 없었지만 사진 속 작은 흔적들만으로도 당시 두 사람의 관계가 꽤 좋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무심코 나가기 버튼을 눌렀다가 다시 들어갔을 때 방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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