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1화
외할아버지는 콧방귀를 뀌며 비웃었다.
“비록 한 번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너희 둘이 웨슬리 호텔에서 했던 모든 행동을 세원이가 싹 다 나한테 말해줬다.”
‘임세원? 입 가벼운 녀석!’
정찬수는 투덜거리면서도 입가에 은근한 미소가 번졌다.
“알겠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외할아버지의 손자며느리를 모시고 가서 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필요 없어. 지금 만나고 있잖아, 바보냐?”
정찬수는 말문이 막혔다.
“아, 맞다. 지금 병원에 있으니 사람을 못 만나는 건 너겠구나? 하하하!”
“외할아버지,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됐어, 이만 끊자. 나는 내 손자며느리나 보러 가야겠다. 넌 푹 쉬고 머리나 잘 치료해.”
“제 머리는 멀쩡합니다.”
“멀쩡한데 의사들이 왜 집에 못 가게 하겠냐? 머리에 병이 있는 게 틀림없어.”
‘욕을 어쩜 이렇게 찰지게 하실까.’
전화를 끊은 정찬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송가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뭐 하고 있어?]
[형수님 집 정원사 할아버지가 꽃가지를 다듬길래 도와드리고 있어요.]
곧이어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넓은 장미 정원을 담은 사진이었는데 역광에 물든 꽃들이 한층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정원사 할아버지?’
누군지 생각할 것도 없었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정말 시대의 흐름을 잘 타는 분이었다. 심지어 정원사 코스프레까지 즐기시다니.
[너무 무리하지 마. 힘들면 그냥 두고 다른 사람한테 맡겨. 너한테 월급 주는 사람 아무도 없잖아.]
[며칠 동안 제가 한 일도 다 업무 외적인 건데, 대표님이야말로 저 월급 더 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정찬수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답장을 보냈다.
[그래, 얼마를 원해?]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정찬수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
마음속에 이미 답은 있었지만 쉽게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그러다 조금 전 외할아버지가 한 말이 떠올랐다.
가능한 한 빨리 ‘친구’에서 ‘남자’로 신분을 바꿔야 한다.
그녀가 자신을 감정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이성으로 보게 만들어야 했다.
[그럼 나를 가지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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