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3화
아쉽게도 이번에 연락해 온 건 박동진이었다.
그가 보낸 친구 추가 요청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정찬수는 결국 ‘수락’을 눌렀다. 곧바로 영상통화 창이 떠올랐다.
“좀 나아졌냐?”
박동진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그럭저럭. 안 죽었어. 실망했냐?”
정찬수가 받아쳤다.
박동진은 돌려 말하지 않았다.
“몇 년 전, 그날 밤. 가빈이 우 교수와 함께 호텔에 갔던 날 말이야. 너, 그 호텔에서 다른 사람 있는 것도 봤지?”
정찬수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그 사람, 양유정 씨 맞지?”
정찬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이 없는 거 보니 맞나 보네.”
한참 후, 정찬수가 입을 열었다.
“또 양유정 씨를 몰아붙였어? 잊지 마. 유정 씨는 가빈이 가장 친한 친구야. 유정 씨가 다치면 가빈이 널 가만두지 않을 텐데.”
박동진은 냉소를 흘렸다.
“넌 날 기가 막히게 속였더라. 이렇게 오랜 시간 넌 진실이 뭔지 알고 있었잖아. 가빈이랑 우 교수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나한테는 한마디도 안 했어!”
이미 들킨 만큼 들켰으니 정찬수도 뻔뻔해졌다.
“너한테 말할 의무가 없을 텐데?”
박동진이 몰아붙였다.
“그럼 왜 가빈이랑 우 교수가 호텔에 있었다고 나한테 알렸어? 사진까지 찍어서! 앞뒤 다 자르고 왜곡한 거잖아. 넌 일부러 그런 거지? 일부러 나랑 가빈이를 갈라놓으려고!”
“그래, 너희를 떼어놓고 싶었어. 하지만 네가 가빈이를 믿었다면 임수연을 찾아갔을까?”
“너희가 정말 서로를 존중하고 믿었다면 내가 끼어들 틈이 없었겠지. 잘못은 네가 한 거라고.”
박동진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네가 꾸민 일이란 걸 꿈에도 몰랐어.”
“나도 네가 그렇게 쉽게 가빈이를 의심할지 몰랐어. 난 그저 떠봤을 뿐인데... 그것도 모자라 넌 가빈이 몰래 다른 여자나 찾아갔고.”
“정찬수,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날 비난해?”
정찬수가 비웃었다.
“그래, 난 자격 없어. 하지만 가빈이는 널 비난할 자격 있지! 넌 임수연이랑 썸 타고 그 여자 실적 올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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