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7화
원래 송가빈은 휴대폰에 비밀번호 같은 걸 설정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비밀번호가 생겼고 박동진은 그게 뭔지 알지 못했다.
그녀의 생일,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날, 결혼 기념일, 심지어 송이의 생일까지 떠올릴 수 있는 조합은 전부 시도해 봤지만 하나도 맞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다섯 번 틀리면 자동으로 잠금이 걸린다는 사실이었다. 혹여라도 ‘정찬수의 생일’로 잠금이 풀려버리기라도 하면 그 순간 그는 무너질 게 뻔했으니까.
곁에 있던 하준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표님, 사모님 휴대폰을 제조사로 보내 잠금 풀까요?”
박동진은 손을 내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
혹시라도 원치 않는 걸 보게 될까 봐 그게 두려웠다. 차라리 영영 열 수 없는 편이 낫다. 그러면 그는 계속 모른 척하고 살 수 있으니까.
하준우가 덧붙였다.
“아까 사모님 휴대폰 가지러 되돌아갔을 때, 화면에 안 읽은 메시지가 하나 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생활 보호 설정 때문에 잠금 해제 전엔 내용이 안 보이더군요.”
그는 대충 짐작이 갔다.
‘정찬수 아니면 그 가족이겠지.’
사실 정찬수 혼자만을 상대하는 거라면 전혀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정찬수의 형수인 서다인은 정치권, 정찬수 외할아버지는 군부 배경의 집안이었기에 이 둘을 상대하는 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보다 더 불길한 건 따로 있었다. 그가 송가빈을 데려온 순간부터 정찬수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공항 명단에도 그의 탑승 기록은 없었고 서경시 쪽에서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정상이라면 송가빈이 납치되다시피 끌려갔으니 곧바로 자신에게 연락했어야 했다.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도록 그의 움직임은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
게다가 조금 전, 레베카가 자신과 송가빈 사이의 일들을 지나치게 정확히 말했을 때 그의 등골은 서늘해졌다.
레베카조차 이 정도를 꿰고 있다면, 오래전부터 송가빈에게 마음을 품었던 정찬수는 분명 그녀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걸 알고 있을 터다.
‘그렇다면 이번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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