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9화
“요즘 참 바쁘네.”
서다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노려봤다.
“당신 동생 여자 친구가 뺏기게 생겼는데 일이 손에 잡혀?”
정찬혁이 웃으며 되물었다.
“근데 당신은 왜 그렇게 찬수랑 가빈 씨를 엮으려는 거야?”
서다인은 턱을 괴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같은 집안에서 태어나면 결혼은 거의 늘 어른들이 가문 유지를 위해 쓰는 도구잖아. 마음 가는 대로 사랑할 자유 따위 없고. 우리 둘은 장남, 장녀로서 그 책임을 짊어졌으니 대신 동생들만이라도 조금은 자유롭게 살게 해주고 싶은 거지. 적어도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은 할 수 있게.”
그녀에겐 아직 스물한 살도 채 안 된 막냇동생, 서다빈이 있었다. 밀란디아에서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을 여동생을 떠올릴 때마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짊어져서 동생만큼은 자유롭게 살게 해주고 싶었다.
“나 가빈 씨 처음 봤을 때부터 괜찮은 아가씨라고 생각했어. 도련님 눈이 꽤 높더라니까. 일찍 눈여겨봐 두길 잘했어.”
정찬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송가빈 씨 집안 사정이 별로 안 좋잖아. 아버지도 감옥에 다녀왔고. 그 일 때문에 박 대표네 집안에서 두 사람을 계속 반대했다던데.”
“복에 겨운 줄 몰라서 그래. 정말 가빈 씨를 두고 왜 하필 임서연 같은 여자를 골라서는... 두고 봐. 박 대표가 정말 그 여자랑 결혼하면 그 집안은 머지않아 울 날밖에 안 남았어.”
정찬혁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빗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천천히 빗었다.
“그래. 당신 말이 다 맞아.”
서다인은 턱을 괸 채 조금 시무룩하게 말했다.
“방금 보고받은 건데 박 대표가 가빈 씨를 서경시로 데려가선 한 발짝도 안 떨어지고 붙어 있다더라. 우리 도련님은 대체 뭘 하는 걸까? 공항에서 나간 뒤로 연락도 없고. 박 대표가 우리 가빈 씨한테 무슨 짓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안 되겠다, 내가 직접 가봐야겠어.”
그녀는 불같은 성격을 이기지 못하고 탁자를 쾅 내리치며 벌떡 일어섰다.
정찬혁은 못 말리겠다는 듯 아내의 어깨를 눌러 다시 앉히며 말했다.
“지금 몇 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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