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8화
한 달 넘게 마음을 졸이며 준비해 온 이혼 절차가 드디어 마무리됐고 송가빈은 갑자기 온몸의 힘이 한순간에 다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기도 했고 왠지 허전하기도 했다.
정찬수는 그녀의 그릇에서 천천히 고수를 골라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따가 공항 가는 길에 조금 더 자.”
송가빈은 그 말에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공항이요? 또 어디 가려고요?”
그들은 어젯밤에도 차를 몰아 밤새 시훈시에서 호북시까지 달려온 참이었는데 또 비행기를 타겠다니?
하지만 생각해 보면 웨슬리 호텔에서 나온 지도 벌써 보름이 넘었고 양유정도 여전히 시훈시에 남아 있으니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게 맞았다.
송가빈은 입안에 면을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 순간 정찬수의 큰 손이 천천히 그녀 쪽으로 다가왔다. 송가빈은 놀라서 몸이 굳어졌지만 그는 그저 그녀의 머리카락에 붙은 낙엽을 떼어내 주고는 바로 손을 거뒀다.
정찬수가 말했다.
“음식 맛은 괜찮은데 확실히 위생 상태는 좀 아쉽네. 만약 낙엽이 네 그릇에 떨어졌으면 그냥 버려야 했을걸.”
송가빈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이런 분식집은 원래 분위기를 느끼려고 오는 거예요. 낙엽쯤이야 떨어져도 괜찮아요. 이 정도로 탈 안 나요.”
“벌레도 있었어.”
송가빈은 화들짝 놀라 몸이 얼어붙었다.
“어, 어디요?”
“방금 네 머리에 붙어 있던 낙엽에.”
그 말에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고 신경이 곤두섰다.
송가빈은 맹수도, 공포 영화도 무서워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작은 벌레만은 도저히 못 견뎠다. 특히 벌레 중에서도 꿈틀대는 애벌레나 끈적한 것들은 보면 볼수록 등골이 오싹했다.
정찬수는 얼굴이 창백해진 그녀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렇게 무서워?”
“아, 아니요.”
“그럼 계속 먹을래?”
송가빈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비행기 시간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정찬수가 시계를 보며 말했다.
“세 시간쯤 남았어.”
송가빈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말했다.
“그럼 지금 바로 가요. 가는 데 시간이 꽤 걸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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