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박동진은 임수연이 약을 삼키는 걸 직접 확인하자마자 공항으로 향했다.
원래라면 유산이 확실히 진행되는 걸 보고 떠나는 게 맞았지만 그는 의사에게 약물 유산은 사람마다 반응 시간이 다르다고 들었다. 어떤 사람은 한 시간 만에 증상이 시작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네다섯 시간이 지나도 아무 일도 없을 수 있다고 했다.
비행기 시간까지 계산해 보면 그렇게 오래 기다릴 여유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간병인 몇 명을 붙여 임수연을 돌보게 한 뒤, 자신은 곧장 시훈시로 떠났다.
그가 시훈시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이미 캄캄하게 어두워져 있었다.
차는 강변도로를 따라 빠르게 달렸다. 강가에는 인파가 가득했고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불꽃놀이가 한창이었다. 밤하늘 위에서 터지는 불꽃들이 물 위로 번지며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박동진은 미간을 주무르며 물었다.
“오늘 무슨 날이야?”
운전기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요, 특별한 기념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아마 재벌 2세쯤 되는 누가 여자한테 점수 좀 따보려고 돈 좀 쓴 거겠죠.”
박동진은 코웃음을 쳤다.
“하, 유치하네.”
불꽃 몇 개 터뜨린다고 여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거라 믿는 요즘 애들은 정말 세대가 갈수록 퇴보하는 것 같았다.
“그런 걸로 감동하는 여자는 얼마나 얕은 건데? 불꽃놀이가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울기까지 하냐고.”
운전기사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요, 대표님. 불꽃놀이 싫어하는 여자분은 잘 없잖아요?”
박동진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우리 가빈이는 그런 겉치레에 흔들릴 애 아니야. 생각도 깊고 품위도 있는 사람인데 꽃 몇 송이랑 불꽃 몇 발에 감동할 리가 없지.”
기사는 맞장구치듯 웃었다.
“그럼요, 사모님이신데요. 그런 시시한 거에 흔들릴 리가요. 근데... 사모님 임신하셨다는 얘기 들었어요. 축하드립니다.”
이 기사는 박성 그룹 시훈시 지점에서 파견된 사람이었기에 본사 쪽 상황은 잘 몰랐다.
박동진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했는데? 우리 아내가 임신했다고?”
“회사 전 직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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