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임수연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처럼 떨렸다.
“너 아직도 송가빈 좋아하잖아. 그래서 나, 일부러 걔 옷을 입었어. 단 한 번이라도 날 봐주길 바랐거든. 하지만 난 결국 걔가 아니야. 아까 나 봤을 때... 실망했지? 동진아, 이제 나 정말 다 정리했어. 시훈시에 따라온 것도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너 한 번만 보고 싶어서였어. 이제 나도 아이도 없어지면... 너랑 송가빈은 아무 방해 없이 함께할 수 있을 거야. 날 잊어 줘. 난 그냥... 너희를 위해서 물러나는 거니까.”
그녀는 눈을 감고 몸을 뒤로 기울였다.
“특공대! 빨리 구조해!”
구조 로프를 착용한 특공대원 몇 명이 번개처럼 달려들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잡았어! 빨리 도와줘!”
뒤이어 도착한 인원들도 잽싸게 로프를 끌어당기거나 바닥에 엎드려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손 주세요! 제발 손 뻗어봐요!”
모든 상황이 눈 깜짝할 새에 벌어졌다.
박동진은 아직 얼떨떨하게 서 있다가 협상 전문가에게 밀치듯 등을 떠밀렸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얼른 와서 도와줘야죠!”
“제... 제가 뭘 어떻게 해야...”
“당연히 약속부터 하셔야죠! 앞으로 임수연 씨 잘 돌보겠다고 다른 여자랑은 다 끝났다고요! 일단 사람부터 살리고 보자고요!”
박동진은 등 떠밀려 발코니 끝으로 향했다.
임수연은 겨우 한 손으로 구조대원의 팔을 잡고 있었고 그녀의 몸은 마치 바람에 날리는 나비처럼 위태롭게 흔들렸다. 그 손 하나만 놓치면 그대로 추락해 버릴 상황이었다. 임수연은 고개를 들어 박동진을 바라봤다.
“동진아, 마지막으로 물을게. 나... 정말 다시 받아줄 수 있어?”
박동진은 알아챘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를 궁지로 몰아가고 있다는걸.
그녀는 지금 도박 중이었다. 그가 눈앞에서 사람이 떨어지는 걸 그냥 두고 보지 못할 거라는 걸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박동진의 얼굴에는 복잡한 갈등과 격렬한 분노가 번갈아 떠올랐다.
그때, 기자들이 현장에 도착했고 건물 아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