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4장 그녀를 구할 사람이 없다

술집 2층. 한수호는 너무 떠들썩한 장소는 좋아하지 않았다. 노정민이 오픈한 시즌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었는데도 한수호는 잘 가지 않았다. 그러니 이런 유흥가 같은 곳은 더더욱 찾을 일이 없었다. 오늘 한수호가 이곳에 온 것은 약속 상대가 장소를 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도착하고서야 이곳이 술집인 걸 깨달았다. 그는 룸에 앉아 다리를 꼰 채 앉아 있었는데 상대가 주문한 술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목이 마르면 과일 쟁반에서 귤을 하나 까서 먹을 뿐이었다. 귤을 4등분 하여 한 조각씩 집어먹었는데 여유로운 그의 행동에서 고귀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풍겨 나왔다. 한수호는 오늘 셔츠를 입지 않았다. 검은색 터틀넥 니트에 짙은 갈색 코트를 입은 그는 요란한 이 장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한없이 도도하고 차가웠다. “주용진 씨가 얘기를 하자고 한 건 전혀 필요 없는 짓인 것 같은데요. 재개발을 위해 철거 배상금은 이미 정해졌어요. 다른 마을도 똑같이 처리했고요. 나를 따로 만난다고 해서 가격을 높일 수도 없어요.” 아래층에서 고막이 터질 것 같은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한수호의 얼굴색과 말투는 한없이 덤덤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다른 세 회사도 같이 다루고 있죠.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한 대표님, 저와 거리를 두려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죠?”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이 프로젝트는 세 회사에서 같이 다루고 있지만 롱엔 그룹은 한 대표님이 끌어들인 거고, SY 그룹은 지분 20%밖에 소유하지 않았잖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이 프로젝트를 장악하고 있는 건 한 대표님이라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가격은 한 대표님께서 얼마까지 올리실 수 있나 궁금하네요. 저희가 많은 걸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대표님에게는 차 한 대 값일 텐데 성사되면 저희는 바로 철거하겠습니다. 계속 시간을 끌면 대표님도 공사를 못해 큰 손실을 입을 텐데요.” 한수호가 고개를 들었다. 주용진이라는 사람은 별다른 신분은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