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2장 가지 마

이서아는 스카이 별장을 떠난 다음 날, 한수호의 배웅 없이 권소혜와 점심 약속을 잡았다. 화장을 하고 있을 때 한수호는 화장대에 기대어 그녀를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요즘 권소혜 씨랑 그렇게 친해졌어?” 이서아는 눈썹을 그리면서 대답했다. “왜요? 내가 신 교수님이랑 유 대표님과 친하게 지내는 것도 신경 쓰더니 이제 권 변호사님까지 신경 쓰시는 거예요?” 한수호는 분명히 신경 쓰고 있었다. 그는 이서아의 화장품 중 오늘 화장에 어울리는 립스틱을 집어 들고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그 사람들이 네 시간을 다 차지하니까 나도 조금 불평할 권리는 있지 않나? 나한테 너무 야박하게 굴지 마.” 이서아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고 한수호도 그녀를 향해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웃지 마. 립스틱 제대로 못 바르잖아.” 그는 매우 집중해서 립스틱을 발랐고 이서아는 한수호의 오뚝한 콧날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번이 그가 두 번째로 그녀에게 립스틱을 발라준 순간이었다. 첫 번째는 크루즈에서였는데 한수호가 너무 능숙하게 립스틱을 바르는 탓에 이서아는 그가 백인하에게도 여러 번 해줬을 거라 생각했었다. 이서아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립스틱 바르는 걸 가르쳐 줬어요?” 다 바른 후, 한수호는 손가락 끝으로 이서아의 입술 가장자리를 부드럽게 문질렀다. “이 정도는 한 번 보면 알 수 있는 거야. 가르쳐 줄 필요도 없지.” 뭐든지 쉽게 해내는 한수호는 여유롭게 대답했다. “어때, 잘 됐어?” 이서아는 진심으로 칭찬했다. “예뻐요.” 그러더니 한수호는 무심하게 립스틱 뚜껑을 닫고 바로 이서아에게 입을 맞췄다. 이서아는 겨우 완성한 화장이 망가질까 봐 재빨리 뒤로 물러섰지만 한수호가 그녀의 뒷머리를 잡고 있어서 피할 수 없었다. 한수호는 자신이 해놓은 것을 스스로 즐기고 싶어 하는 ‘이기주의자’였다. 이서아가 완강히 그를 밀어내지 않았더라면 단순한 입맞춤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곧 한수호는 그녀에게 차 키를 건네며 말했다. “차 타고 가.” 그렇게 키를 받아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