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3장 위협

이서아는 텔레비전을 바라보며 한수호에게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더 이상 말없이 한수호는 밖으로 나갔고 문을 나서자 표정이 금세 차가워졌다. 그는 하은영에게 냉정하게 물었다. “내가 오늘 서아를 회사로 데려간 걸 누가 아버지에게 말했나?” 그렇지 않으면 한웅이 그렇게 급하게 한수호를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은영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마 사모님이시겠죠.” 밤의 한씨 저택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고 한수호의 차가 마당에 들어서자 비로소 빛이 비추었다. 도우미가 달려와 차 문을 열었고 한수호는 내리며 물었다. “왜 불을 켜지 않았지?” 그러자 도우미가 대답했다. “사모님의 지시였습니다. 회장님께서 요즘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주무셔서 불빛이 너무 밝으면 안 된다고 하셨거든요.” 지금의 한웅은 한수호와 만날 때마다 화를 내고 책상을 치던 과거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이서아가 고씨 가문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불과 반달 만에 그는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고 악몽에 시달리며 거의 누워만 지내게 되었다. 이제 한웅은 완전한 문장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졌다. 한수호는 그의 침대 앞에 섰다. “아버지.” 한웅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장부, 장부...” 한수호는 담담하게 말했다. “진영자 씨는 이제 깨어나지 못하실 겁니다. 아무도 장부의 행방을 알지 못하죠. 하지만 그것은 고로 아무도 그 장부를 가지고 과거의 사건을 다시 들추지는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한웅은 머리를 굳게 흔들며 말했다. “이서, 이서아...” 곧 한수호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서아는 그 장부를 본 적이 없고 과거의 일에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서아는 이제 제 아내이고 제 아이를 임신했어요. 내 편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한웅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믿을 수 없어...” 한수호는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 “서아가 얼마나 날 좋아했는지 아시잖아요? 안 그럼 처음에 왜 우리를 그렇게 엮으셨습니까?” “믿을 수 없어...” 두 번이나 중얼거리듯 한웅은 같은 말을 반복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