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5장 꿇고 빌어

이서아는 기사와 김지영에게 다른 일을 지시했고 한수호에게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내가 어디 간다고 한 대표님께 보고라도 해야 하나요?” “출입제한이 풀린 건 왜 얘기 안 했어?” 한수호의 말에 이서아는 멈칫하더니 오히려 되물었다. “왜 알려줘야 하죠?” 그리고 한수호가 세 번째 질문을 했다. “내 이름으로 백인하를 불러들여서 뭘 하려는 거야?” 그러자 이서아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천천히 말했다. “한 대표님이 왜 갑자기 기력이 살아났나 했더니 백인하 때문이군요. 한 대표님께 백인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참 특별한 사람이네요.” 한수호는 더는 설명하지 않았다. “나와 백인하의 일은 이미 너에게 충분히 설명했어. 그러니까 나를 화나게 하지 마. 대답해 줘. 백인하를 불러들여서 뭘 하려는 거야?” 이서아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말투와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보는듯한 눈빛은 한수호의 질문에 점점 사라졌다. 두 사람은 고가도로 옆에 사람이 다니지 않는 작은 골목길에 있었고 멀리서 KTX가 소리를 내며 지나가고 있었다. KTX가 완전히 지나가자 이서아가 입을 열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 아이 목숨값을 치르게 할 거예요.” 노을이 지던 하늘은 어느새 완전히 캄캄해졌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었고 캄캄한 밤에 골목길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이서아는 독기 가득한 눈으로 계속 말했다. “그렇게 악독한 여자는 처음 봐요. 전에 했던 장난질은 그냥 넘어갈 수 있었지만 백인하가 납치 사건의 주범이었다니. 이렇게 오랜 시간 숨겨왔으니 이제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할 시간이에요. 한수호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죽이려고?” 이서아는 부인하지 않았고 한수호는 무거운 표정으로 손을 뻗어 이서아의 손목을 잡았다. “네가 뭘 해도 막지 않을 수 있어. 하지만 살인은 안 돼! 그건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야! 내 마지막 마지노선이라고! 알겠어?” 한수호의 정의에 가득한 표정을 보며 이서아는 차가운 웃음을 짓고 말했다. “그럼 내 양부모님을 죽이는 건 괜찮은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