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화
경서시, 공항.
홍서윤은 캐리어 손잡이를 꼭 쥔 채 인파를 뚫고 공항을 빠져나와 택시를 기다렸다. 그녀는 무심히 스무 해 넘게 살아온 이곳 경서시의 전경을 훑어 보았는데 마음이 복잡하고도 허전했다.
이 도시는 크다고 하기에도, 작다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언젠가는 꼭 마주치게 될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홍서윤은 이제는 자신이 예전처럼 도망치지 않고 담담하게 맞설 수 있다고 믿고 싶었다.
그녀는 미리 알아본 집으로 곧장 향했다. 에른국에 있을 때 이미 계약을 마쳐둔 그 아파트는 중신 그룹 본사에서 걸어서 10분 남짓한 거리에 있었다. 집을 둘러본 홍서윤은 만족스러워했고 장기로 계약했다.
다음 날, 본사에 출근한 그녀는 준비해 온 보고서를 상사에게 건넸는데 그녀의 상사는 짧은 머리의 진한 화장을 한, 당당한 인상의 여자였다.
임예진은 자료를 펼쳐보다가 마치 흥미로운 걸 발견했다는 듯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UIA 세계건축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어요?”
“네, 맞습니다.”
임예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따라와요.”
그녀는 홍서윤을 데리고 사무 공간으로 가더니 손뼉을 탁탁 쳤다.
“자, 이쪽은 에른국 지사에서 온 홍서윤 씨예요. 앞으로 우리 디자인센터의 팀장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홍서윤은 사무실로 안내받았다.
잠시 뒤, 임예진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내일 자기와 같이 기술 혁신 포럼에 가야 한다고 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지만 곧이어 덧붙여진 문장에서 홍서윤은 멈칫했다. 내일 성 대표님도 오시니까 준비 단단히 하라는 말이었다.
‘성 대표님?’
곧 그녀의 머릿속에 공항에서 봤던 익숙한 뒷모습이 떠올랐다. 홍서윤은 몇 년간 일에만 매달리다 보니 지사에 잘 오지 않는다는 성 대표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녀는 별생각 없이 물었다.
[이사님, 성 대표님의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성주원이에요.]
그 순간 홍서윤은 숨이 턱 막혔고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곧 이어진 메시지가 그녀의 심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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