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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박재현은 말없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 평범한 구조에 간결한 가구 배치, 군더더기 없는 공간이었지만 벽을 타고 흐르는 연보랏빛 선 하나가 묘하게 공간의 온기를 살리고 있었다. 그의 차갑고 싸늘한 대저택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방 안 공기엔 은은한 향이 배어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뜬 그가 어젯밤의 기억을 떠올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수상한 향을 맡고선 선실 안에서 의식을 잃었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그의 시선이 한곳에 멈췄다. 잠옷 차림의 고성은은 팔짱을 낀 채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커피 한 잔 주는 게 예의 아닐까?” 갓 잠에서 깨어난 듯한 낮고 갈라진 목소리였다. 한편으로는 거절을 허락하지 않는 묘한 기세가 깃들어 있었다. 팔짱을 낀 고성은이 짧게 잘라 말했다. “없어.” 그 무뚝뚝한 반응에 박재현은 잠시 당황했지만 금세 다른 감정이 그 자리를 채웠다. 불쾌함 대신 흥미가 일었다. 그가 한 발씩 다가왔다. 조용한 걸음이었지만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위압적이었다. “나한테 설명할 게 있지 않나?” 고성은은 반사적으로 뒷걸음쳤다. 차가운 벽이 등을 막아섰다. “무슨 설명?” “예를 들면 어젯밤, 날 어떻게 기절시킨 건지.”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좁혀졌다. 상대를 꿰뚫는 듯한 시선이었다. 고성은은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는 더 차가워졌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그는 그녀의 이름을 낮게 불렀다. 손끝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억지로 시선을 마주하게 했다. “넌 알 수가 없어. 자꾸 예상을 벗어나. 설명할 생각 없어?” 고성은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 눈동자 속엔 단단한 고집이 어려있었다. “박 대표님, 벌써 3년이나 지났어요. 우린 이미 끝났잖아요.” 그녀의 말투는 싸늘했다. “네가 계속 내 곁에 있고 싶다면 시간을 좀 더 줄 수도 있어.” 말을 끝낸 순간 그는 잠시 멍해졌다.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고 뱉어버린 말이었다. 고성은이 웃었다. 그 눈빛엔 조용한 도발이 서려 있었다. “혹시 날 좋아하게 되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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