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미안해요! 미안해요, 재현 오빠! 나, 나, 나...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그녀는 황급히 휴지를 뽑아 들고는 허둥지둥 그의 가슴팍을 문질렀다. 손끝은 서툴렀고 자꾸만 어긋났다.
박재현은 고개를 숙여 셔츠를 내려다보다가 강세린의 겁먹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괜찮아.”
말투는 담담했고 그 어떤 감정도 묻어나지 않았다.
“옷 좀 갈아입고 올게.”
말을 마친 그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옆에 딸린 개인 휴게실로 들어갔다.
고성은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여기서 갈아입는다고?’
그녀는 본능처럼 숨을 곳부터 찾았지만 이 넓은 휴게실은 반들반들한 침대 하나와 옷으로 가득 찬 옷장이 전부였다. 숨을 곳이라곤 없었다. 구석의 샤워부스조차 요즘 유행이라는 투명 유리로 설계되어 있었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큰 옷장의 그림자 쪽으로 몸을 비집어 넣었다. 차가운 문짝에 바짝 붙어 숨을 꾹 참은 채 불안에 떨고 있었다.
휴게실 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은 상태였다.
박재현은 안으로 들어서며 커피 얼룩이 번진 셔츠를 무심히 벗어 던졌다. 그 순간 매끈하고 단단한 몸 선이 드러났다. 건강한 빛이 감도는 구릿빛 피부가 조명 아래에서 은근한 윤기를 흘렸다.
힐끗 곁눈질한 고성은은 부끄러움이 불쑥 올라와 고개를 홱 돌렸다. 얼굴이 달아오른 것도 모자라 속까지 뜨거웠다.
그녀는 지금 양심이 찔렸다. 도둑처럼 몰래 숨어 있다는 사실도, 그가 무방비하다는 사실도 모두 불편하고 민망했다.
그는 옷장에서 새까만 셔츠 한 벌을 꺼내 입고 천천히 단추를 잠그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휴게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강세린이 들어섰다. 얼굴에는 아직 놀란 기색이 남아 있었고 그 위에 얹힌 부끄러움은 왠지 계산된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성큼 다가오더니 박재현의 허리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뺨을 그의 너른 등에 바짝 붙였다.
“재현 오빠...”
목소리는 부드럽고 달콤했다. 의도적인 애교가 잔뜩 묻어 있었다.
“오빠는 나 사랑해요?”
박재현은 단추를 잠그던 손을 잠시 멈췄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